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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e 2020. 12. 19. 07:18

날이 많이 춥다.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눈이 내려서 그런지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리면 그때 생각이 난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부산에선 눈 내리는 것이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겨울의 상징적인 풍경 같은 것이었다.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본 사람은 거의 없는 어떤 상상의 동물 같은 느낌. 소년중앙이나 새소년 같은 어린이 잡지 만화에서 눈 내리는 풍경과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을 보았지 실제로 눈 쌓인 풍경을 본 적은 많지 않다.

서울의 눈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첫 겨울 한 계절을 다 보내고 나서야 눈 내리는 풍경이 일상적인 겨울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해 겨울에 목도리도 처음 해보았다. 부산에선 목도리도 필요하지 않았는데, 서울은 공기 자체가 차가웠다. 부산은 바람이 춥고 서울은 차가운 공기가 도시 전체에 깔린 느낌이다. 

아현동 언덕에 살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아득한 추억의 겨울 풍경으로 떠오른다. 드론처럼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볼 수 없었을 텐데, 기억은 부감 풍경으로 눈 내린 언덕길을 오르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허름한 집, 돈벌이는 시원찮아도 내 역할을 찾아 애쓰던 시기여서 그랬는지 그때 기분이 되살아 난다. 구체적인 기억은 없고 단편적인 풍경, 기분, 감상만 남았다. 풍경도 내 눈으로 보는 풍경이 아니라 영화의 화면을 보는 것처럼 마치 남의 눈으로 나를 보는 기분이 들어서, 기억으로 만들어낸 상상인지 내 경험 인지도 헷갈린다.

눈을 보면 반갑고 신기해 하던 때가 지났는지, 며칠 전 눈이 왔을 때는 그저 길 막히는 걱정만 하고 있었다. 지각할까 봐 1시간 더 일찍 움직이고, 도로에 눈이 녹은 것을 보고 안심했다. 눈이 만만해진 건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신비롭지 않아 보이는 단계가 있는 것처럼 눈도 겨울도 추위도 일상이 된 것 같다. 한편으론 추위마저 신선했던 그때의 기분이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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