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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e 2020. 12. 31. 08:03

올해 마지막 아침 글쓰기를 하게 돼서 다행이다. 잠에서 깨어날 때는 귀찮은 일거리 하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놓쳐버린 약속이 되기 때문에 안 하는 것보다 시작하는 편이 좋다.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다. 저녁에 약속이 있는데, 어제 오후부터 오늘 약속이 불편했다. 그냥 취소되면 좋겠다, 미뤄지면 좋겠다, 언젠가 다음으로, 그런 생각. 누군가를 만나기가 불편한 것은 아니다. 그냥 외출이 귀찮아서다. 외출 때문에 일상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뭔가를 한다는 자체가 귀찮다. 요즘은 귀찮지 않은 것이 없다. 다 귀찮다.

망가지기 전에는 모른다. 눈치를 채지만 게으른 정신이 판단을 방해한다. 지금 뭔가 움직여야 된다는 결정을 하면 진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안 움직이는 방향으로 판단을 하게 된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지금쯤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진 않는다. 그러다가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아픔을 느낀다. 몸이 반응한다. 그러면 정신이 놀라고 마음이 공격한다. 게으르다 한심하다 무책임하다. 뒤늦게 정신이 합류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어떻게든 이 상태를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뭐 했길래 이 모양이냐. 정신과 마음이 남의 일처럼 몸을 탓하고 몸은 같이 놀고 게으름 피우던 것들이 공격하니 억울하다. 그래도 겉으로 드러난 현상 때문에 억울해도 욕들을 수밖에 없지만,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다. 체력이 문제다. 잘 쉬던 체력이 깜짝 놀란다. 아니 갑자기 왜 나를 들먹여. 나는 퇴직을 앞두고 이제 겨우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상태가 되었는데, 일할 때는 모른척하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왜 내 탓을 해. 늙은 체력이 부스스한 몸을 깨워 주위를 돌아본다. 몸과 마음이, 정신이 초라하다. 빈약한 상태에 있는 녀석들을 보면서 아휴 늬들도 많이 상했구나. 남 탓하지 말고 너희들 일이나 잘해. 하지만 녀석들은 남 탓하느라 듣지 못한다. 쫑알쫑알 중얼중얼 시끌시끌 웅성웅성. 에라 모르겠다. 싸우든지 말든지. 나는 잠이나 더 잘란다. 체력은 다시 돌아 눕는다. 욕을 하든지 말든지, 나는 지금 귀찮아 죽겠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게으른 날들이다. 내년이라고 달라질까. 몸과 마음이, 정신과 체력이 아유 그럼, 당연하지, 그렇다고 대답한다. 하긴 녀석들, 내일로 미루면 뭐든 한다고 할 녀석들이까. 그래도 뭐, 그러기를 기대한다만 과연.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야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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