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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관찰
바퀴벌레
그날의 기억은 내가 막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그곳이 어디였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는 좁은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복도라기보다는 베란다 혹은 난간이라고 해야 하나? 건물의 안쪽도 아니고 바깥쪽도 아닌 길쭉한 길이다. 건물 외벽에 가벽으로 만든 창고 같은 길, 복도. 내 앞에 누군가 달리고 있었고 나는 그 사람을 따라가고 있었다. 추격자처럼 내가 잡으러 가는 인상은 아니었고, 나도 저 사람처럼 빨리 여기를 지나가야 한다 빠져나가야 한다 그런 의지가 느껴졌다. 나는 도망을 치고 있었던 걸까? 그 집의 전체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낡고 또 허름하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도시의 변두리, 산동네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나 연립주택 같다.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지고 노인네 피부처럼 태양에 오래 노출되어 갈라..
소설
2021. 1. 4.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