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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분 감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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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분 감정

JongHoe 2023. 3. 15. 15:24

감정은 표현되고 소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신호를 보낸다.

나를 알아봐 달라고 깜빡이를 켠다.

 

감정을 표현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 자연스럽지 않다.

좋고 기쁜 것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데

불쾌하고 불쾌한 감정은 꽁꽁 숨어서 전혀 그렇지 않다는 연기를 하게 된다.

 

감정을 숨기고 소비되지 않아서 생기는 병,

그 감정을 거부하고 외면해서 결국 몸이 아파지는 정도가 되는 경험을 했다.

뭐 일단 귀도 그런 증상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지금은 많이 회복되어 대화가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최근에 마음의 상처가 되었던 사람을 만났는데

대화 중에 또 내가 문제라, 내 멘털이 약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자기 살겠다고 남 탓을 하는구나, 한편으로 측은한 느낌도, 억울한 기분도 들었다.

이 문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것이 불편하고 그래봤자 뭘 얻나 싶은 생각도 들고

일면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가스라이팅 같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단 생각도 했다.

그래서 "그래요 제 멘털이 문제였죠.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래요. 맞아요."

라고 인정을 했는데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지 곧 멀미가 났다.

 

몸이 차갑게 식고, 어지럽고, 식은땀이 흐르고, 몸에 피가 빠져나가는 듯 창백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 당이 떨어지나...

토할 것 같아서 화장실에 갔다.

헛구역질 몇 번 하고, 편의점에 가서 이온음료를 사 먹었다.

그만 가야겠어요.

집으로 가는 길이 힘들었다.

술에 취해 집에 가기 힘든 날처럼 걷기가 불편했다.

마비가 오나? 그런 기분이 들었지만 마비까지는 아니었다.

그냥 몸에 힘이 빠져서 삐걱대는 느낌이랄까.

 

이온 음료를 마시고, 눈을 감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마음에 입은 상처가 이렇게 즉각적으로 표현된 적이 있었나.

이렇게 적극적인 반응은 처음인 것 같다.

굉장히 약하구나, 취약하구나, 상처가 컸구나, 민감하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불쾌한 기분은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지 모른다.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은데.

화를 낸다면 누구에게 낸단 말인가.

또 화를 내서 그게 아니라 사실은... 이런 말을 듣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또 답답해진다.

눈을 감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런 말을 되뇐다.

이건 지나가는 게 아니라 그냥 덮어두는 건데.

아무것도 해결된 것도 없는데.

아, 내가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있지.

들여다 보기도 두려워하잖아.

그러게.

 

피할 수 없다.

덮을 수 없다.

언젠가는 마주 봐야 한다.

지금은...

그 순간을 미루고 싶다.

보고 싶지 않다.

 

한 10년쯤 됐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근황을 이야기하다가

니 성격에 귀 나갈 정도면 엄청 스트레스받았나 보다. 고생했다.

라고 하는데 와 갑자기 훅 감정이 올라왔다.

아이씨.. 눈물 흘리고 그런 분위기는 아닌데. ㅎㅎ

과하지 않게 잠깐 1초도 안되게 반짝 감정이 지나갔다.

그렇네, 그렇게 지나갔네.

그렇게 산다.

 

나는 좀 이런 위로를 바란 것일까.

기분이 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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