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관찰
왜 쓰는지는 본문
오후에 약속이 있는 날은 외출이 싫다.
귀찮다.
특히 약속한 지 오래된 약속일수록 더 귀찮다.
아이구 어찌나 싫은 게 많은지.
맘 편히 나가려고 오늘은 뭘 쓰나... 생각한다.
최근에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를 읽고 있다.
회사원이었다가 덜컥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수필집이다.
블로그 글 같기도 하고, 브런치 글 같기도 하다.
도제희 작가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오는 과정부터 친구들 이야기며 뭐 다채롭고 흥미롭다.
일상의 이야기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 이야기가 잘 섞여 있는 것도 재미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읽지 않았어도 작가의 상황이 연관되어 있으니 색다른 재미다.
- 심지어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한 이력이 있는 분이니...
서문에 있는 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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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이 글은 내가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를 다시 읽으며 불안정한 시기를 되돌아본 기록이며, 왜 나는 여전히 삶에 미숙한지를 점검해 본 사사로운 글이다. 동시에, 불안정해서 자신이 불완전하게 느껴지는 청장년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느껴 봤을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평범한 얘기를 독자들이 읽어야 할 이유는 뭘까? 나는 도스토옙스키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글머리에 호기롭게 써 내려간 말을 빌려 답하고 싶다.
그가 결코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 자신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 '독자인 내가 그의 생애의 행적들을 연구하는 데 왜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가?' 따위의 필연적인 의문들을 예견하고 있다. (...) 이 결정적인 마지막 의문에 대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뿐이다. '아마도 당신은 소설 속에서 스스로 찾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당신은 이 에세이 속에서 그 답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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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뭐 하려고 쓰지? 같은 스스로 많이 묻던 질문을 도제희 작가도, 도스토옙스키도 했나 보다.
그래, 왜 쓰는지는 쓰다 보면 알겠지.
나중에 읽어보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