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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e 2023. 3. 21. 09:44

 

아는 형님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로비에는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옛 고향 친구를 만난 듯 악수하고 포옹하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나도 그 틈에 끼어서 인사를 나눈다.

어쩌다 실수로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해도 그냥 아는 사람이겠거니 할 분위기.

 

아득한 시절에, 지금보다 30kg은 덜 나가는 몸무게로 살았던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그러니까 한 25년 정도 지나고 만나는 셈이다.

'흰머리가 잘 빠졌네'라든가 '못 알아보겠다' 정도는 듣는 얘기지만

"어쩌다가..."라는 반응은 당황스러웠다.

아이구 어쩌다가...

 

공연의 출연진도 제작진도 관객도 모두 주인공 1명의 지인들이다.

일반 관객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지인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친척집에 모인 기분이 들었다.

면면이 살펴보자면 만만치 않은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다.

어, 나도 그런가?

적당히 쫄기도 하고 적당히 으스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무대 위에 선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내가 거기에 선다는 생각을 하는 건 상상만으로도 지친다.

나라면 이렇게 일을 벌이고, 일을 돕는 사람들을 부르고, 보러 오라고 부르는 일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내가 뭐라고 이런 일을 하고 있나, 내가 뭐라고 이런 부담스런 일을 부탁하고 시키고 있나,

이게 사람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이게 무슨 상관인가,

결국 내 자랑하는 건가, 뭘 하겠다고 사람들 불러 모아 이러고 있나,

역시 무린가, 이건 좀 과한가, 지루하지 않을까,

너무 식상한가, 너무 추억에 잠기나, 나 혼자만 즐거운 건가...

 

도중에 발생할 수 많은 의심과 후회의 순간마다 계속 추진하는 힘이 내게는 없다.

작은 돌부리에도 흔들리고 의심하고 좌절하고

역시 나는 안돼... 라며 포기하려고 하겠지.

 

그래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끝까지 해내는 의지가,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신감이,

어쩌다 찾아오는 현타를 이겨내는 뚝심이 부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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