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관찰
없는 마누라 잔소리 본문
애들 아비는 아직인갑네.
옆집 할매가 문앞을 지나다 묻는다.
야, 오늘도 늦는갑슴니더.
그래. 고구마 좀 삶았는데 애들 주든가.
고맙심더.
고구마를 받아드는데 애들이 쪼르르 나타나 받아간다.
아이고 자들은 버릇도 없이... 뛰지 말고 천천히 무라.
할무니 잘 묵겠심미더.
할매는 손을 휘이 저으며 벌써 저만큼 걸어간다.
애들 아비는 또 늦는다.
지만 힘든가.
집이 싫은가. 마지 못해 사나.
집에 있으면 한숨만 쉬다가, 나가면 늦게 들어온다.
그래도 집에 있는 것 보다야 술을 마시고 방황하더라도 나가서 뭐라도 하는 게 낫다.
사람들 만나다보믄 뭐라도 일이 안 생기겠나.
잘 다니던 회사는 왜 그만두었나.
힘들면 얼마나 힘들다고.
그만 두었으면 다시 시작해야지 왜 노나.
말도 없이 지 혼자 결정하고 또 지 혼자 힘들어하고 있다.
다 알아서 하겠다고 해놓고 이게 뭔가.
그만 둘때는 뭐라도 생각이 있겠지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무 생각도 없었던 거 같다.
참을성이 없다, 사회성이 없다 하는 말들 나도 듣기 싫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괜한 말 한다고 그딴 말 듣지말고 맘대로 하라고 괜히 말한 거 같다.
그래서 편들어 줬더니 이제 맘 편하게 노는 것 같다.
집에 와서 인상 쓰는 것도 꼴보기 싫고, 지 혼자 우리 먹여살린다고 유세하는 것도 보기 싫다.
어디 멀리 배타고 외국 나가서 들어오지나 말지.
아이고...
우예 살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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