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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 본문

매일 글쓰기

052.

JongHoe 2020. 10. 28. 07:13

급한 일정이 이어지면서 하루 쉬려고 했는데 연속으로 10일이나 쉬었다. 바빠서 그랬기도 했고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있기도 했지만 늦잠을 자서 어차피 늦어서 에라 모르겠다 그냥 쉬자 하고 못쓰기도 했다. 시작이 어렵지 한번 포기한 마음은 그 뒤로는 쉽게 포기했다. 글쓰기는 어려워도 글 안 쓰기는 쉽다.

등산 중에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잠깐 옆길로 빠졌다가 돌아오려면, 빠진 시간만큼 평균 속도 2배 이상을 달려가야 일행을 만날 수 있다. 꾸준하게 가는 힘은 막강하다. 꾸준하게 하기는 어렵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루틴이 흐트러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나의 프로젝트가 완료되어 끝났다는 느낌을 가지고 다음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방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매일매일이 하나의 프로젝트로 여기는 사람은 매일의 루틴을 가지고, 프로젝트 단위로 루틴을 만드는 사람은 매일 반복되는 일이 지겹다. 일을 끝내고 성취감을 느끼고 평가를 하고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은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사이에 휴식과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냈다는 성취감을 좋아한다. 프로젝트 단위로 시간의 분기점을 만든다면 매일매일의 루틴을 좋아하는 사람은 하루하루 성취감의 분기점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매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은 하루의 루틴을 비슷하게 만들면서 루틴으로 만든 단위 시간의 디테일에 차별성을 둔다.  프로젝트 단위로 루틴을 만드는 사람은 프로젝트의 루틴을 만들고 그 안에 포함된 하루하루를 다양하게 만든다. 하나의 도시락에 이 반찬 저 반찬 어떻게 구성하는지 생각하는 타입과, 이 날은 도시락으로 이 날은 매식으로 하는 주간 단위 식단을 짜는 타입 같다. 서로 다른 타입이라기보다 보는 관점과 범위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무척 지겨워하는 편이지만, 그 속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하고 어제와 오늘이 다른 부분을 디테일을 즐기려고 한다면 프로젝트 단위의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매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일 글쓰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이렇게 하고 있다.

삶의 의지를 꺾고 인간성을 무너뜨리는 데 ‘무의미한 일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없고 무가치한 일이라고 느껴질 때, 그것을 타의에 의해 강제로 할 수밖에 없을 때 사람의 자존감이 무너진다. 시지프스의 돌처럼, 일 없는 병사들 놀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무의미한 일이라도 시키는 지휘관 때문에 일을 하게 된 병사들처럼, 의미 없는 일 혹은 가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보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창의력이 사라지고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고 스스로 가치 없다고 느끼게 된다.

노예가 되어 혹은 포로가 되어 이동하는 동안 죽지 않기 위해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이것이 나의 건강을 위해서도 아니고 돈벌이를 위해서도 아니고 단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해 이 구덩이 파서 저 구덩이 메우고 다시 저 구덩이 파서 이 구덩이 메우는 일을 하고 있을 때, 전문성이나 개별적인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머릿수만큼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우르르 몰려가 일을 하게 될 때, 잉여인력들은 나와서 눈을 치우라는 얘기를 듣고 지금 하는 일을 멈추고 눈을 치우러 나갈 때처럼 한심하고 재미없는 일이 또 없다.

무슨 생각하다 여기까지 왔나. 말이 많아지니 생각이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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