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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9. 밤의 기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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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9. 밤의 기록

JongHoe 2020. 11. 24. 07:13

힘든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체증이다.

어제는 무척 심심한 하루를 보냈다. 급한 일이 끝나고 미뤄 두었던 일을 해야 할 시기였는데 거짓말처럼 미뤄둔 일이 보이지 않았다. 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빈둥빈둥, 뒤적뒤적, 이것 조금 저것 조금,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됐고 또 퇴근 시간이 됐다. 집에 가서 프레첼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은 했다.

정시에 퇴근하면 집으로 가는 길이 엄청 막힌다. 배가 고프다.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산다. 계산대 옆에 있는 핫도그도 산다. 길 막히면 졸리니까 과자도 하나 산다. 하루 종일 뭘 먹지 않고 잘 보냈는데 퇴근길 편의점에서 식욕이 폭발했다. 식기 전에 먹어야지 핫도그, 배고프니까 샌드위치, 길 막히니까 과자 한 봉지. 그랬다. 운전하면서 그걸 다 먹었다. 연속으로. 쉬지 않고. 길 막힘과 상관없이. 그냥 먹어치웠다.

밀가루 반죽을 치대는데 속이 불편하고 더웠다. 노동을 하니 더운가 보다 했다. 반죽을 마치고 숙성하는 시간이 됐는데도 몸의 열기가 없어지지 않았다. 몸에 힘이 없어지고, 갑자기 팔다리가 차가워졌다. 다리에 힘이 빠졌다. 배가 엄청 부풀어 올랐다. 사실 배가 부풀어 오르는 건 자주 있는 일이라 별로 놀라지 않았다. 술 많이 마시고 길바닥에서 헤매는 상태의 몸상태가 된 것 같았다. 지치고 힘들고 기대고 싶고 눕고 싶고 누워도 편치 않아 다시 앉고 싶고 식은땀이 나고 손발이 차서 추운데 전체적으로는 더워서 땀이 나는 상태가 됐다.

화장실에 다녀왔지만 시원해지지 않았다. 그냥 가스가 찼나보다 했다. 숙성이 끝난 반죽을 분할하고 성형하는 동안 몸이 점점 불편해졌다. 아 내가 체했구나 하는 생각에 소화제를 먹었다. 반죽을 괜히 많이 했나 싶게 일이 더뎌졌다. 성형을 마치고 소다 물을 끓여 적셔 건져냈다. 오븐 팬에 빵을 나열하고 소금을 치고 오븐에 넣었다. 이제 좀 쉬어야겠다 했는데 빵에 칼집을 내지 않았다. 속이 안 좋으니 정상적인 활동이 안된다. 오븐에서 빵을 꺼내다 손을 덴다. 뜨거운 팬을 살짝 잡았으니 데일 수밖에. 너무 당연한 일을 데고 나서야 안다.

칼집을 내고 다시 오븐에 넣는다. 빵에 색깔이 나는 것을 보다가 화장실에 갔다. 이때부터 화장실에 들락거리는 밤을 보냈다. 설거지는 하지 못했다. 식탁에 싱크대에 팬과 주걱 저울 소금통 등이 어질러 있다.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 내일로 미룬다. 침대에 누웠다가 화장실에 갔다가 소파에 누웠다가 화장실에 갔다. 왔다 갔다 오랜만에 고생이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다. 피곤한데 잠들지 못하는 상태가 길었다. 그래도 또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잠을 못잔 느낌은 아니다. 3시 반에 화장실 다녀온 게 마지막이었으니 3시간 가까이는 잤나 보다. 속도 어제보다는 풀린 것 같으니 뭐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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