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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e 2020. 12. 3. 07:18

어제 라디오를 듣다가, 어느 프로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집중을 한다는 건 현재를 사는 것이다. 과거의 일을 후회하지 않고, 미래의 일을 걱정하지 않는 상태'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집중에 대한 좋은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하거나 아직 생기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이 생각의 대부분이니까 그런 부분을 덜어내면 집중하는 것이 맞겠다. 현재를 사는 것,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짧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전문가’의 정의를 그렇게 말했다. 출처는 기억나지 않는다. 집중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문가에 대한 정의를 떠올렸다. 짧게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많이 생각하고 다른 것과의 차이를 알기 때문에 가능하다. 듣고 나면 아 그렇지 하게 되는, 듣기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듣고 나서 더 명확해지는 말. 그런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이 전문가다.

어제도 그랬다. 아마도 최근에는 계속 그래 왔던 것 같긴 한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빈둥빈둥 하루가 지나갔다.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그 상태에 있었다. 집에 와서도 그저 시간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뭘 하지는 않았다. 잘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갑자기 책상 주변을 정리했다. 납땜기를 꺼내 완성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던 시계를 완성했다. 만년필에 잉크가 비어 있어 잉크를 채웠다. 잉크를 채웠으니 뭐라도 써볼까 하고 일기를 썼다. 일기를 쓰다가 아 그렇지, 나는 그렇지 하고 내가 뭘 해야 할지 어떤 일을 하는 게 좋을지, 지금의 나는 어떤 일에 집중하고 어떤 일을 대충 해야 할지 구분하게 됐다. 내 역할 혹은 나의 목표? 나의 임무 소명 뭐 그런 쪽으로 좀 더 분명해진 것 같다. 일단 이런 말이 좀 분명하진 않네.

내가 귀찮아하고 피하려고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바로 거기에서 나의 결과물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것들은 쌓이지 않으면 때가 되면 공기 중에 흩어져 소멸할 것이다. 나는 큰 공연, 대단한 어떤 것에 소속되어 대단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게 주어진 건 대단하지 않은 것, 작은 공연,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그래서 다른 곳을 꿈꾸고 더 큰 것, 더 좋은 것, 지금 내게 없는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그래서 벗어나고 싶고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서 다른 곳으로 발탁되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 하게 된 생각에서 그게 아니란 것을 알았다. 아니지, 늘 알고 있었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지. 

그래서 생각하게 된 나의 사명, 나의 임무, 나의 역할은 ‘대수롭지 않은 것들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관찰하고 기록해서. 사소하고 흔하고 대수롭지 않아서 늘 곁에 있어도 그러려니 하는 것들을 여기도 한 번 보라고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공연 분야에서, 공연 기술에 대해서.

언제 또 바뀔지 모르지만, 최근의 변화가 기분 좋게 다가온다. 대단한 발견은 아닐지 몰라도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는 될 것 같다. 내가 놔버리면 그만인 일, 누가 시키지 않은 일, 누가 부여한 임무도 아닌 일, 내게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따질 필요 없이, 내가 그냥 좋아서 하는 일, 안 하면 뭐할 건데 하고 오히려 화낼 수 있는 일이다. 그래, 꼭 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보다 안 하면 뭐할 건데?라고 게으름 피우는 내게 말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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