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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본문

매일 글쓰기

005.

JongHoe 2020. 10. 3. 23:44

아침 글쓰기를 과제처럼 하고 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습관적으로 ‘주어진 일’로 받아들인 것이다. 30분 이내에 끝낸다, 글을 쓴다, 문장을 만든다, 시간 관리를 한다 같은 몇 가지 규칙을 적용하면서 ‘처리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몸이 반응하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 글을 써야지 생각하면서 뒤척이다 글쓰기의 부담감을 느낀다.

 

경쟁 관계에 있는 여자가 인터뷰를 앞두고 신경이 예민해진다. 남편이 “외모는 신경 쓰지마, 이미 완벽하니까”라고 기분 좋은 말을 한다는 상황을 잠에서 깨기 전에 꿈에서 보았나? 깨고 나서 꿈의 연장으로 생각을 정리한 건가. 아무래도 잠들기 전에 본 넷플릭스 드라마 때문인 것 같다. 평소에 전혀 생각지도 않던 장면들이다.

 

잠을 깨기 위해 커피 물을 끓이고 얕은 세수를 하고 책상에 앉아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저 2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침 글쓰기가 뭐라고 그렇게 경쟁 같은 부담을 느끼고 있나, 카드값 연체되지 않게 통장 잔고 확인하는 것처럼 마감 전에 꼭 끝내야지 주어진 목표를 꼭 해내야지 하는 마음에 글쓰기를 부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나. 아침에 30분 정도 명상이라도 하듯 조용히 시간을 들이고 생각의 과정을 정리 없이 그대로 쓰면 되지 않을까. 멍하니 누워서 잠자는 것인지 뒤척이는 것인지 모르게 누워 있는 것보다, 깨어나 앉기는 했지만 몽유병 환자처럼 깨어난 것인 자는 것인지도 모르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생각을 글로 쓰면서 앉아 있는 게 좋겠다 그 시간을 그냥 밥 먹는 일과처럼, 아 난 아침을 안 먹는데, 그냥 편하게 즐길 수도 있지 않나.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긴장한 여자와 그걸 풀어주려고 달달한 말을 하는 남편의 이미지는 꿈 속 이야기였는지 커피를 준비해 오는 동안 사라졌다. 뭐야 무슨 장면이었지? 잠이 살짝 남아 있을 때는 대단한 장면이라도 생각난 것 같았는데 이성이 시작되면 별것 아닌 것으로 바뀐다. 도대체 뭐야, 뭐가 그렇게 괜찮았다고 느낀 거지? 대사가 아니라 분위기였나? 뭔지 모르겠다. 또 그렇게 뭔가 하나가 사라지는데 내게 왔던 대단한 기회를 놓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이제야 잠에서 깨어난 건가 싶지도하다.

 

대체로 두세 가지 생각들이 동시에 나타나 경쟁한다. 집중이 분산되고 어느 것 하나 깊이 빠져들지 못한다. 오늘은 생각들에게 빠져들기보다 그래 그래 니들끼리 잘 놀아 여기서 지켜볼게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혼자 자전거를 타면서 엄마 근처를 맴돌고 멀리 가지도 않고 자전거 잘 타는 것을 엄마에게 자랑하듯 근처에서 맴돌고 있다. 엄마는 공원 의자나 쉼터에 앉아 아이를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아이의 자전거에 빠지지 않고, 아이의 자전거를 걱정하지 않고, 아이가 타는 자전거의 경로를 예측하거나 지정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아이의 근육 발달이나 교통사고를 걱정하지 않고 그냥 서로 바라보며 웃고 있는 것처럼 오늘 아침 글쓰기는 그렇게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잘해야 한다 혹은 주어진 조건을 충족하는 혹은 문제를 해결하는 ‘일처리’의 글쓰기가 아니어서 좋다.

 

::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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