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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본문

매일 글쓰기

009.

JongHoe 2020. 10. 3. 23:52

아침 글쓰기에 마감 시간이 있고 30분 동안이라는 제약이 있으니 어떻게든 쓰게 된다. 길이에 대한 부담이 없고 내용에 대한 부담도 없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어디로든 흘러 가겠지. 그냥 30분 글쓰기를 시도할 때는 언제고 시작하면 되지 뭐 하고 미루는 일이 잦았다. 30분을 쓰되 마감 시간 전까지 끝낸다는 제약이 지금 나에게는 좋은 약이다.

 

일을 시작할 때 전체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불안하다. 어디로 흘러갈지,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를 알고 시작해야 마음이 편하다. 영화를 볼 때도 그렇고 책을 읽을 때도 그렇다. 결과를 미리 알지는 못하더라도 ‘대강 이런 종류의 이야기다’라는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읽거나 보기가 편하다.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 프로그램에서 영화 소개를 보고 어떤 종류의 이야기인지 어떤 흐름인지 등장인물의 관계가 어떤지 어떤 캐릭터인지 등을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등장 인물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 소설의 경우에는 누가 누군지 혼란스러워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인물 관계를 그려가다가 너무 복잡해져서 그만둔 적도 있다. 인물 관계도를 그리지 않았다면 읽다가 포기했을 책으로 대표적인 것은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다. 방예르 가문의 2~3대에 걸친 악행을 쫒는 이야기다 보니 많은 방예르가 등장한다. 영화를 먼저 보아서 그나마 인물 관계 파악이 어렵지 않기도 했을 것이다. 연극을 볼 때도 비슷한데, 곧 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올 것 처럼 첫 장면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는 쉽게 흥미를 잃었다. 헐리웃 영화의 ‘처음 5분 법칙’ 처럼 초반 기세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혹은 컴퓨터의 작업 메모리처럼 당장 기억해야 할 사람의 이름 버퍼가 부족할 수 있다. 어느 정도 한계를 넘어서면 ‘아이고 이제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라고 포기하는 것일까.

 

때로는 미리 접한 정보 때문에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흥미를 잃어 버리는 때도 있다.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두꺼운 책이라 도대체 무슨 내용인거야 하고 궁금해서 책 정보를 찾아 보다가 과하게 제공되는 정보를 접하고, “그렇게 흘러가는 이야기구나, 남은 분량이 너무 많은데 결국 그렇단 말이지”하고 더 이상 읽지 않게 된다. 대체로 끝부분에 시원한 결말이 아니거나 불행하게 끝나는 것이 보일 때 쉽게 포기하는 것 같다. 이것도 헐리웃 영화의 법칙과 비슷하네. ‘관객들은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그런 이유들로 글쓰기를 시작할 때 대체로 어떻게 흘러갈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등을 생각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도 전달할 이야기가 분명할 때는 도움이 되지만 아침 글쓰기 처럼 딱히 할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닌 때에는 구조화할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르니 이 생각 저생각 헤매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끝나버린다.

 

일단 시작하고 보기, 쓰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나는 경우도 있고, 더 급한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이건 꼭 해야 되겠다 싶은 이야기도 떠오르고, 딱히 그런 것이 없을 때에는 그냥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를 쓰면 결국에는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일단 시작하기를 실행하게 만드는 것으로 마감 시간 제한이 좋은 역할을 한다. 특히 나에게는.

 

 

::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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