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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관찰

092. 본문

매일 글쓰기

092.

JongHoe 2020. 12. 7. 07:03

“가치관은 약이나 치료방법이라기보다 규칙적인 식단에 가깝다. 저녁을 먹었다고 해서 다시 배고픔을 느끼는 걸 막을 수 없듯이… 어떤 상황에서 한 번 가치관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영구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 작은 것의 힘”

“내가 어쩔 수 있는 건 어떤 일에 투입하는 시간뿐이다. 내가 언제 잠이 들고 말고는 내 소관이 아니다. 내가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책에 쓸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고 말고는 내 소관이 아니다. 나는 안 되는 걸 억지로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다만 잠을 자기로 한 시간에 침대에 눕고 책을 쓰기로 한 시간에 책상에 앉을 뿐이다. - 초집중”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마침 둘 다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연이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을 읽게 되니 나에게 뭔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건가, 계시인가, 어떤 가르침을 주려고 그러나 생각했다. 뭐가 있겠나 마는.

오늘 아침에 책상에 앉기로 한 시간에 책상에 앉았다. 계획은 커피를 준비하고 짧은 명상도 하는 것이었지만 밤에 준비한 반죽을 오븐에 넣느라 산만해졌다. 오븐이 돌아가는 동안 전기 주전자를 쓰면 전력이 부족해 차단기가 떨어질 수 있어서 물을 끓이지 않았다. 그래도 책상에 앉기는 했다. 조금 더 자려고 애쓰는 시간을 줄이고 자리에 앉았다.

커피 대신 물을 마신다. 미지근한 물을 마신다. 텁텁하게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는데, 마시다 보니 이젠 차가운 물 보다 미지근한 물이 좋다.

책상에 앉아 생각을 꺼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정리하지 않은 가방을 열어보듯 생각을 뒤적인다. 새로울 것도 없고 생각이라 부를만한 것도 보이지 않는다. 생각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이 이어지지 않는다. 이 생각 저 생각 산만하게 흩어진다. 또 걱정이고 또 비판이다.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하면 걱정을 쓸 데 없고, 비판은 과하다. 괜찮다, 충분하다, 나쁘지 않다, 잘하고 있다.

배설 같은 글이면 어떤가. 이건 그냥 아침 글쓰기일 뿐이라고. 발표글이 아니라고. 그냥 글 쓰는 습관을 들이는 행동이라고. 대단치 않은 글이면 어때, 생각과 감정을 정리 없이 쏟아 낸 쓰레기 같은 글도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아침 글쓰기는 그래도 된다고, 이건 일기이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고, 연습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해볼 수 있다고, 아침에는 시도해 보는 것이라고. 뭘 쓸까 고민하는, 쓰기도 전에 비판하는 내 생각에게 말한다.

일어 나기로 한 시간에 일어났다. 책상에 앉기로 한 시간에 앉았다. 글쓰기로 한 시간만큼 글 썼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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