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관찰
010. 본문
이사하고 나서 출근 시간을 빨라졌다. 6시 좀 넘어서 출발해 7시가 되기 전이나 살짝 넘은 시간에 회사에 도착한다. 책상에 자리 잡고 명상 앱을 켜서 5분 동안 호흡을 가라 앉힌다. 30분 글쓰기 방에 시작을 알리고 글쓰기를 시작한다. 무엇을 쓸까. 항상 ‘무엇을 쓸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다. 매일 무엇을 쓸지 모른다. 무엇을 쓸까? 어떤 말을 하지? 할 말이 없는데 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면 뭔가 쓰긴 쓴다. 이렇게.
가급적이면 쓸모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쓸모 있는 글감을 찾게 되고 쓸모를 생각하니 효용을 생각하게 되고, 효용을 생각하니 내 글이 가치가 있나, 이 이야기는 가치가 있는 이야기인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 없어진다. 잡담을 주고받을 때는 너무 말이 많은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는데 잡담을 나눌 때는 효용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다. 쓴 글이 가치가 있다면, 쓰고 보니 괜찮은 글이라면 좋겠지만 늘 가치가 있는 글을 쓰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잡담 같은 글도 괜찮다. 모든 글이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니까.
마음을 내 보이는 시간이고, 누군가에게 상담하듯 내 생각을 꺼내는 시간이다. 복잡해 보이는 생각들을 나열하고 보면 그리 복잡할 것도 없더라. 버거운 일을 만났을 때나 버거운 상대를 만났을 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적응하게 되면 별 것도 아닌 게 까불고 있네, 내가 너무 쉽게 쫄았네 하는 생각이 든다. 전체가 보이면 계획이 생기고 계획이 생기면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대체로 그렇지 않나. 다른 뾰쪽한 수도 없다.
오늘은 부담스런 일이 계획되어 있다. 번거롭고 수선을 떠는 사람들 틈에서 정신 차려야 할 것이다. 오늘 내 마음은 복잡할 것 없으니 휩쓸리지 않아야지. 자꾸 일 생각을 하는 것 보니 시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회사에서 하는 아침 글쓰기는 집에서 만큼 마음이 편하지는 않네. 명상의 느낌보다 다짐의 시간이 되는 것 같은데, 점점 익숙해지겠지.
:: 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