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관찰
호갱님 본문
나는 좀 만만한 사람이다.
스스로 호구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니 좀 많이 그런 편이다.
친절한 사람? 상냥한 사람이라고 포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좀 많이 만만하긴 하다.
운동이 필요해서 PT 상담하러 갔다가 비싼 등록을 했다.
어차피 운동할 거, 그래 뭐, 하지 뭐.
운동을 시작한 이후에도 트레이너가 자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야금야금 던지는 떡밥을 다 받았다.
그럴 수 있겠네, 필요하겠네, 하지 뭐.
어차피 혼자서는 잘하지도 않는데, 돈 아까워서라도 하겠지 하고 넙죽넙죽 시키는 대로 추천하는 대로 받았다.
이건 좀 과하지 않나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뭐 미안해서라도 잘해주겠지.
트레이너의 실적 욕심도 작용했겠지만, 결국은 운동하는 거니까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받아들였다.
은행 대출 서류 쓰는 것만큼 까다롭게 굴었으면 돈이 좀 모였으려나.
남의 돈 벌기는 어려운데, 내 주머니는 쉽게 열린다.
이사를 하면서 남아있는 횟수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상의했다.
"우리 체육관은 전국에, 특히 서울에 체인이 많고 전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요"
그런 말은 길게 했지만 막상 내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으나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아 문제네요...
핸드폰 약정요금처럼 온갖 종류가 있지만 결국엔 쓸게 없는 시스템 같았다.
돈 받을 때는 세상 안되는 게 없는 것 같았는데, 돌려주는 건 시스템에 없는 모양인지
두어 번 전화가 오더니 결국 트레이너는 흐지부지 연락이 끊겼다.
아마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요구한다면 방법을 찾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 알고 싶지도 않고 체육관에 바라는 것도 없다.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
거절이 어려워서?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부탁을 들어주고 있다.
거절의 말은 쉽다.
그런 건 어려운 게 아니다.
어려운 건 거절 이후에 오는 미안함이다.
뭐 대단한 거 하느라 부탁을 거절했나, 겨우 이거 하려고 바쁘다 했나,
나 혼자 살겠다고 돈 없다 했나,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이렇게 사나...
하여튼 뭐 그런 생각 때문에 불편하다.
에이.. 그냥 하고 말지.
대체로 그런 편이어서.. 결국 한다.
제일 고약한 건 부탁도 아닌데 부탁처럼 들려서 하는 거다.
에이 안 해도 된다니까, 이러면 미안한데...
부탁도 아니면서 슬쩍 어려움을 호소하는 그런 부탁.
나는 내가 뭐 대단한 능력자인양 그런 정도도 못하겠냐며 나서고 있다.
아무리 봐도, 내가 보아도 이건 그냥 호구인데... 하면서도 그냥 하자 좋잖아 이러고 있다.
내가 좀... 사람들의 인정을 갈구하는 관종인가.
아니면, 몇 마디 칭찬에 쉽게 넘어가는 바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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