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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인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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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인상

JongHoe 2023. 2. 15. 22:44

말 걸기 편한 인상인지, 어디에 가나 대체로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나도 초행길이라 헤매고 있는데 길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나도 처음 하는 일이라 어떻게 하는지 찾고 있는 데 사용법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어느 공간에 있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뭔가가 있나 보다.

뭔가... 사용자처럼 보이지는 않나 보지.

친절해 보이거나 만만해 보이거나 그러겠지.

 

동네 치킨집에서 포장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생맥주 한잔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새로 온 사람이 여긴 뭐가 맛있냐고 묻는다.

어, 후라이드 밖에 안 먹어 봤지만, 가게에서 먹는다면... 하고 생각했던 골뱅이 후라이드 세트를 추천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장님한테 물어본 것을 가운데서 내가 대답한 것일 수도 있겠다.

 

키오스크 어떻게 쓰는지 주문 좀 해달라는 사람,

핸드폰 글자 안 보인다고 읽어 달라는 사람 - 나도 노안이라 안경을 꺼내야 하는데,

지하철 갈아타려고 하는 데 이 차가 맞냐고 묻는 사람 정도는 흔하다.

외국에 있을 때도 마찬가진데,

어떻게 딱 골라서 내가 아는 곳을 물어보는지는 몰라도

하여튼 대체로 길을 알려 주었다. 어떻게 말을 알아듣고 말했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

어쩌면 내 말을 못 알아들었지만 대충 알아들은 것처럼 하고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건물 로비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으면

화장실이 어딘지, 충전 좀 해줄 수 있는지, 주차 할인은 어디서 받는지,

그런 거 묻는 사람이 온다.

식당 화장실 다녀오는 중에 주문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

 

시장에서 뭘 고르다 보면 근처에 있는 분들이 골라주기도 한다.

고르는 게 답답해 보였나?

같은 손님인데 물건도 골라주고 어떻게 조리하는지 상세히 알려 주신다.

같이 서서 하하호호 웃고 열심히 듣고 오지만 기억은 잘 못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종류의 경험을 했다.

길을 걷고 있는데 식당에서 막 나온 할아버지가 나를 보더니 대뜸 하소연을 한다.

종업원이 반말 비슷하게 한다고, 자기를 무시한다고, 이래도 되냐고 나한테 말을 한다.

나는 상황을 파악하는 데도 잠깐 시간이 필요했지만, 내가 뭘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같이 가서 따져달라고 하는 건지, 저 집은 불친절하니 가지 말라는 건지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나는 그 식당에 가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길을 걸어가는 사람일 뿐인데.

 

아이구 그러셨구나, 기분 나쁘시겠다, 어디예요? 저 집이에요?

 

일단 동조하고 묻는다.

할아버지는 "우리같이 늙은 사람들을 무시학... 어쩌고..." 그런 말을 한다.

아 내 머리가 희다고 같은 또래고 보신 건가?

그럴 정도는 아닐 텐데. 길이 좀 어둡기도 했고, 가로등 불빛이라 좀 그렇게 보였나?

 

싸가지 없는 집이군요, 화내지 마세요, 다음부터는 가지 마세요

 

그런 말 하는 중에 할아버지는 내 얼굴을 보다가 그냥 길을 간다.

아는 사람 누구와 착각을 했거나, 잘 못 봤다고 생각했거나, 자기편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나, 뭐 그런 거겠지.

그나저나 나는 왜 여기 서서 대꾸를 하고 있나 몰라

지나가는 할아버지를 보다가 다시 길을 갔던.

 

만만하거나 친절하거나 어느 쪽이든 말 걸기 쉬운 쪽이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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