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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아이들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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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아이들은

JongHoe 2023. 2. 18. 23:17

고등학교 때였던 거 같은데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얼굴은 어렴풋이 생각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가 있었다.

수업 시간에 공부는 안 하고 뭘 그려댔다.

미술반이거나 실기 과제를 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그리는 그림을 그렸다.

어떤 때는 화투를 그리기도 했고, 풍경을 그리기도 했고 만화도 그렸다.

계속 그리고 나눠주고 버리고 그렇게 그림을 소비했다.

미대에 가거나 하는 목적을 가진 건 아니었다.

 

나는 매일 악보를 그렸고, 그 아이는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주변에 만화를 그리는 아이도 있었고 그냥 만화책을 보는 아이도 있었다.

고3이었는데.

우리는 예체능계로 진로를 선택하지도 못한, 그냥 평범한 이과반 아이들이었다.

가끔 공납금이 밀려서 선생님 호출을 받기도 하고,

성적이 좋지 않아서 대학에 갈 의사가 없는 아이들로 분류되는 아이들.

그렇지만 사고를 치거나 하지는 않아서 그냥 내버려 두면 졸업하고 말 아이들이었다.

 

어느 날 친구의 친구가 그림을 그린다고, 작업실도 있다고 해서 놀러 갔다.

미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예고를 다니는 건 아니지만 꽤 오래 준비를 한 것 같았다.

그림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입시 준비 때문인지 그냥 미술학원에서 볼법한 그림들이 많았다.

아버지가 무섭다고 했던가.

부잣집 잘 자란 아들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 반에 노는 애가 그림은 잘 그리네... 그런 생각을 했는데 뭘 보고 느껴서가 아니라

그냥 샘이 났던 것 같다.

노는 애가 사실은 더 실력이 좋은데 환경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뭐 그런 생각에 노는 아이 그림이 더 좋다고 생각했겠지.

그때 나는 작곡과 입시준비하는 아이에게 기타 가르쳐 주고 화성학을 배우고 있었다.

그래서 은연중에 나를 대입하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다들 어디서 뭐하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들도 내가 뭐 하고 사는지 모르겠지.

 

놀면서 그리던 아이와, 무서운 아버지가 만들어준 화실에서 그리는 아이를 보면서

아.. 우리는 안 되겠다. 수준이 다르네.. 그런 생각을 했다.

당장에는 노는 애들이 잘해 보이고, 뭔가 결과도 있고, 내 보일 수 있는 게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수준차이 나겠구나, 우리는 우리끼리 좋아하다 말겠구나... 그런 생각.

 

고3이었는데.

선생님의 관심권 밖에서 각자의 길을 찾으려고 했었던 것 같다.

공부는 못했어도 생각은 있었겠지. 지 인생인데.

 

오늘은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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