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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형

JongHoe 2023. 2. 20. 23:05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약속이 취소되는 걸 다행이라 여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없으면 피곤하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불편하다.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든다.

등등

내향형 인간이라고 볼 만한 특징이 많다.

 

그렇지만 사람들을 만나서 의욕적이고 희망에 찬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나도 에너지가 생긴다.

전염이 되는 것처럼 밝은 기운을 받고 온다.

리액션이 좋은 사람, 특히 매사에 신기하고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것처럼

에너지가 퐁퐁 넘치는 사람을 보면 나도 활기차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사람들과 만나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집에 혼자 있을 때보다, 회사에서 늘 보던 사람들과 있을 때보다

뭔가 하려는 사람을 만나고 있으면 나도 더 나은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다.

혼자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계속 쫓기는 기분이 들고

내 흐름이 아니라 남의 흐름에 억지로 얹혀있는 느낌이 든다.

 

절대 고독은 좋아하지 않으면서, 무리 속에 끼어 있기도 싫고,

혼자 있고는 싶지만, 멀리 떨어져 있고 싶지는 않은,

무리 속에서 무난하지만 뭔가 특이한 구석이 있다는 정도의 바람을 가졌다.

그러고 보니 이건 누구나 그럴법한 흔한 타입 아닌가.

하긴 흔한 사람이지.

 

성 주위에 해자를 파 놓듯 주변 관계에 선을 긋고 더 가까이는 오지 마시오 경계를 친 듯하다.

성 안에 있는 사람들 다 내보내고 혼자 살겠다고 외롭게 살겠다고 악악거리더니

이제는 사람들의 관심이 그리워 몰래 밖을 내다보는 외로운 성주 같은 느낌.

혼자 장난감 가지고 놀겠다고 동네 꼬마들 다 내쫓아놓고 갑자기 허전함을 느끼는 아이 같기도 하고.

사실은 심심한데 안 심심한 척, 외롭지 않은 척, 내쫓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오기 부리는 그런 느낌도 나고.

 

있으면 귀찮고, 없으면 허전한 그런 건가.

이제 슬슬 동굴 밖으로 나갈 때가 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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