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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

JongHoe 2020. 10. 4. 08:10

오후에 약속이 있다. 벌써부터, 어제저녁부터 오늘 약속에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한다. 만나서 하는 일이 싫거나 만나는 사람이 싫은 것은 아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디론가 나가는 게 귀찮아서다.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새로운 것이나 변화, 도전 같은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데 외출 약속 같은 일상의 변화는 좋아하지 않는가 보다. 아니면 변화 같은 것은 상관없이 별것도 없는 외출 루틴을 귀찮아하는 것일까.

 

잠에서 깨어나 침대를 벗어날 때까지 “아 오늘 약속있지…” 하는 생각으로 몇 분을 보냈다. 그렇다고 특별히 뭘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다. ‘약속이 있어서 귀찮네’라는 생각으로 뭘 하지도 않고 그냥 멍하게 누워 있었다. 출근하고 자리에 앉아서도 ‘귀찮네’ 한다. 외출 때문에 복장에 더 신경을 쓴 것도 아니고, 머리 스타일링을 하는 것도 아니다. 평소와 똑같다. 그런데도 귀찮아한다. 뭘 하면서 귀찮아해야 이런 것 때문에 귀찮아하는구나 할 텐데 그런 것도 없다. 그냥 귀찮은 것이다. 뭘 하려고 하다가도 아 있다가 외출해야지 하면서 끝까지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내일로 미룬다. 막상 시작하면 금방 끝날 일도 약속 때문에 다 못할 것 같아서 미룬다. 약속 때문에 못하는 것이 아니라, 미룰 수 있는 핑계가 생겨서 잘됐다 하고 미루는 것 같기도 하다.

 

데이트처럼 설레는 약속도 아니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술 약속도 아니고, 높은 어르신을 만나는 약속도 아니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 분을 만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만나서 몇 가지 확인하고 다음 약속을 잡으면 끝나는 약속이다. 격식을 차리거나 옷차림이 중요하거나 하는 약속도 아니다. 그냥 나갔다 오면 되는 약속인데 하던 일을 미루고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저녁에 있을 약속 때문에 아침부터 귀찮아하고 있다. 자꾸 생각해 보아도, 약속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어딘가 탓할 수 있는 핑계가 생겨서 귀찮력이 최대치로 올라온 것 같다.

 

아이구, 몇 줄 더 쓰다가 인증 시간까지 놓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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