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관찰
환상 속의 달팽이 본문
세상의 속도보다 느리게 나의 세계가 돌아간다.
나의 속도나 흐름이 더디거나 빠른 것을 세상은 신경 쓰지 않는다.
세상의 속도가 벅찬 것은 내가 느끼는 것일 뿐 세상은 그저 묵묵히 제 갈 길을 간다.
외국의 어느 좁은 길가, 기차가 지나가면 짐을 거두어들였다가 다시 펼치는 골목이 생각난다.
예상치 못한 어느 날에는 기차에 짐이 쓸리기도 할 텐데, 그런 걱정은 관광객들이나 하는 모양이다.
내 걱정에는 기차에 짐이 쓸리고 망가지는 모습이 떠오른다.
멈추지도 않고, 물건의 상태에 상관없이 기차는 지나갈 테지.
지금의 나는 기찻길 근처 여차하면 툭 기차에 쓸려 들어가 망가지는 물건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들은 그런 걱정이 없다.
다 잘 될 것이다.
그렇지 그렇겠지. 지금 나 혼자만 이렇게 불안한 것이겠지.
예전에 쓴 글을 보니 똥꿈을 꾸었다고 해석을 했더라.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내가 똥을 싸고 있는 꿈이었다.
괜한 걱정으로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정리했다.
지금도 별다르지 않은 것인가.
걱정의 징크스는, 걱정을 하면 걱정이 이뤄지지 않는데 걱정을 하지 않으면 걱정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거다.
걱정을 끼고 살면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자기변명일 것이다.
그래 걱정 같은 건 안 하고 살면 좋지.
세상의 속도가 빠르다고 느끼는 걱정러다.
달팽이처럼 집을 안고 산다.
집 밖에 따스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있는데 어둑한 집에서 혼자 상상의 세계에 빠져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시간은 나를 위해 멈추어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내 머리 위로 뛰어다니고,
나는 방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빰빰 빠라바빰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