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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JongHoe 2020. 10. 4. 08:16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서 벗어나기까지 그 사이에 뒤척이며 반쯤 잠든 상태로 있는 시간을 내심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완전히 일어나고 나면 그 사이에 있었던 꿈이나 잡념이 싹 사라져 버린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대강의 큰 줄기만 생각나고 디테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의 일정을 정리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논리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았다. 그냥 생각만 한 것이다. 그래서 대체로 그 시간을 못마땅해하고 빨리 벗어나려고 했었다. 막상 깨어나고 나면 아무런 기억도 없이 그냥 시간만 빈둥빈둥 보냈기 때문이다. 아침에 보내는 30분은 긴 시간이다. 그만큼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아무런 만족감도 없이 깨어나는 것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고 소득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는 그 시간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편하게 자유롭게 온갖 상상을 하고 흥청망청 낭비하듯 생각을 사용하고 있다. 일어나기 싫다, 지금처럼 계속 누워있고 싶다, 뻐근한 몸을 뒤척이며 뒹굴거린다. 야한 상상을 하다가 큰돈을 버는 상상을 하고 영화의 한 장면에 내가 들어가 있고 판타지 세계로 순간이동을 한다. 논리고 개연성이고 뭐가 없다. 그냥 순간순간 작은 연관 고리 하나로 이동한다. 상상이 꿈으로 이어지고 꿈은 또 다른 상상을 만들면서 5분인 줄 알았던 30분이 지나간다.

 

속을 뻔 했다. 누워서 뒤척이는 시간을 내가 좋아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누워서 뒹굴뒹굴하는 시간에 했다. 그래서 그 시간을 연장하려고 그런 생각까지 이어졌다.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불현듯 마치 계시라도 오는 것처럼 ‘내가 이 시간을 좋아하고 있고 사실 이 시간은 굉장히 자유로운 정신의 활동시간이다’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오늘은 이 뒤척이는 시간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물을 끓이고 커피를 만들어 책상에 앉았다. 오늘 아침의 대단한 발견을 글로 쓰기 시작하니 금방 보인다. 몸은 게으르고 쉬기 좋아하는 편인 데다 지금 상태에서 다음 상태로 바뀌는 것을 싫어했다. 체력이 부족해서 힘들어하는 것일 수도 있고. 하여튼 틈만 나면 쉬려고 하는 성질이 있다. 망가지고 흐트러지는 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먹거나 노력하려는 계획과 달리 못하겠다고 버티는 성질이 있는 것이다. 오늘은 잡념의 시간에 더 쉬자고 현혹한 것이다. 몸뚱이가 더 지능적으로 발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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