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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산책

JongHoe 2021. 1. 3. 21:18

새해 연휴를 보내다 하루는 밖으로 나가야겠다 싶어 뒷산에 올랐다. 이사 온 집에서 첫 동네 산책이다. 누나에게 듣기로는, 뒷산을 넘어가면 율동 공원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기 위해 빌라 단지를 지나게 되어 있어서 빌라 주민들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가보려고 하지 않았던 길인데, 가끔 등산복을 입고 지팡이를 들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아서 길이 있기는 있나 보다 했다. 오늘 그 길을 산책 갔던 것이다.

이곳은 빌라 단지가 우후죽순으로 마구 지어져 길이 구불구불하고 좁다. 길인지 마당인지 어중간한 경계도 있고 도로 가운데 전봇대가 서 있기도 한다. 주차장과 도로의 경계가 불분명해 가끔 도로를 점거한 것처럼 보이도록 주차된 차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익숙한 풍경인듯 대체로 불평 없이 잘 지나다닌다. 교행 하는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지 않고 겨우겨우 비켜 지나간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길 끝에 있는 마지막 빌라 단지 옆으로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였다. 표지판이 있는 공식 등산로 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녀서 그런지 분명해 보이는 산길이 도로 옆에 있었다. 10여 미터 정도 비탈진 흙 길을 올라 빌라 담벼락을 지나니 좌우로 산길이 나있었다. 빌라 주민들을 피해 억지로 낸 길이 아니라 꽤 오랫동안 관리된 것 같은 반듯한 길이 길게 보였다. 빌라 뒤편으로, 빌라 단지와 산의 경계에 산길 표지판이 서 있었는데 정상으로 가는 방향과 율동공원으로 가는 방향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 산의 어딘가에 정상이 있구나, 그곳은 여기서 좀 멀구나, 여기는 산등성의 한 부분이구나, 율동공원이 멀지 않구나, 표지판을 보면서 거리를 가늠했다.

어디까지 갈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율동공원이 있다하니 가 보기로 한다. 산길은 험하지 않았다. 내리막 길을 저벅저벅 걸어갔다. 100여 미터나 갔으려나, 50미터 정도밖에 안 되려나, 얼마 되지 않는 길을 걷다 보니 농장인지 농가인지 큰 마당이 보였다. 울타리가 높게 쳐 있어서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라는 것은 알겠다. 그다음은 주말농장인지 그냥 불법인지 모를 작은 밭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역이 나왔다. 작은 구역에 울타리를 알차가도 쳐 놓았다. 불법이라기엔 너무 공들여 세운 울타리고, 합법이라기엔 너무 꾸미지 않았다. 판매를 위한 농작물을 기른다고 보기에는 너무 작은 구역이고, 재미로 하는 텃밭이라기엔 너무 방치했다. 피난민 거주지역 같은 느낌. 빛바랜 현수막 천들이 누더기처럼 얽혀 뭐하나 제대로 가리지도 덮지도 못한 채 얽혀있다. 겨울이라 농작물이 없어서 그런가 관리하 허술해서 그런가.

텃밭 구역을 지나니 체육공원이 나온다. 차가 다닐수 있는 포장길. 왕복으로 다닐 폭은 아니다. 체육공원의 주차장엔 차들도 꽤 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표지판에 절이 있다길래 절에도 가 보았다. 체육공원 보다 위에 있었는데, 입구에 전통찻집이 있고 그다음에 대웅전이 있었다. 교회에서 커피집 운영하는 것처럼 이 전통찻집은 절에서 운영하는 것 같았다. 대웅전 뒤편에 관리동이 하나 있었고 그게 전부인 듯하였다. 주차장 외에는 마당이 따로 보이지 않아 둘러볼 것이 없었다.

체육공원 쪽으로 내려와 율동공원에 갔다. 호수를 끼고 한바퀴 돌았다. 책 테마파크가 있어 잠깐 들렀다. 공원의 한편에 자리 잡은 책 테마파크는 뭔가… 아 이게 뭐지, 최신 디자인의 신식 건물 같기는 했는데 상수도 관리소 같은 느낌도 나고, 잘 지어놓은 묘지나 석굴 혹은 분향소 같은 느낌도 나고, 운동장 뒤편의 체육창고 같기도 하고, 하여튼 내게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카페처럼 생긴 열람실에서 전시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잠깐 들어갔다가 몸이 너무 데워져 있어서 다시 나왔다. 많이 걸어서 땀이 났고 실내는 더웠다. 공원을 마저 걸어서 한 바퀴 돌아 다시 산길에 올랐다. 해가 지기 전에 산을 넘어야 하니까.

오르막 산길도 어렵지는 않았다. 경사가 크지 않아 완만한 오르막은 적당히 숨이 찼고 쉬어가고 싶다고 생각할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오랜만의 산책에 좀 무리가 되긴 했는지 무릎이 후들후들한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개운하게 나왔다. 새해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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