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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쓰기

0109

JongHoe 2021. 1. 9. 12:55

이상한 일이지, 매일 글쓰기로 마음먹고 첫 글을 쓴 다음부터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이 시대의 젊은이가 바로 나라는 것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여튼 그랬다.

첫 월요일을 맞이하고, 미루고 또 미루던 책 쓰기를 시작했다. 강의했던 내용이고 기술적인 내용이라 불편하거나 어렵게 생각되지 않았다. 쉽게 집중에 빠졌지만, 집중이 어색했는지 자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창가로 갔다. 생각은 빠르고 손은 느렸다. 워드에 쳐 넣는 글자보다 쓰고 싶은 말은 한참 앞서 갔다. 이미지는 나중에 넣어야지 하면서 그림 편집을 미루면 건너뛴 부분에서 자꾸 생각이 멈췄다. 마련하지 못한 그림을 지금 그려야 하나? 그림은 나중에, 일단 내용부터 쓰자, 아니지 그러다 깜빡하면 어떻게 해? 생각날 거야, 미루지 말자… 그런 생각들이 부산스럽게 굴었다.

펀딩으로 주문한 기계식 키보드가 도착했다. 사무실에서 사용할 것이라 조용한 타입으로 골랐는데, 텐션이 너무 약한지 손가락이 조심스럽다. 오타가 자주 난다. 눌러진 것인지 제대로 안 눌러진 것인지 힘 조절이 아직 이상하다. 적응에 시간이 걸리려나. 타이핑이 생각을 따라잡지 못하는데 오타까지 나오니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조급증인가 갑갑증인가.

오전을 꼬박 책 쓰기에 쓰고 나니 만족감에 배가 부르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소극장 떨거지들 모여 밥을 먹는다. 올해는 찌그려 있지 말자, 살아 있다고 응 기죽지 말고 응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자, 서로 뭐라 말을 하긴 하는데 누구도 한 문장을 끝까지 말하지 못한다. 산만한 우리들은 딴 사람의 말에 관심이 없다.

하루에 책쓰기에 너무 몰입하면 안 되니까, 미뤄둔 다른 일을 시작한다. 프로그램 만들 게 있어서 시작했는데, 재미있게 느끼는 일이라 그런지 너무 몰입해 버렸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꼬박 그 일에 빠져 지냈다. 생각이 온통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다. 문제가 해결될 때마다 기분이 좋다.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 밤늦게까지 몸이 지쳐 생각을 못할 때까지 파고들었다. 어느 정도 완성에 이르렀다. 기본 틀은 만들었으니 이제 응용 샘플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친다. 다음 주에 하자. 하루에 3시간 이상은 하지 말자. 그런 생각을 한다.

매일 글쓰기를 해야지. 백세방 게시판을 들여다본다. 화면을 본다. 나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이번 주가 지났다.

“지구 상의 누구라도 그런 출구 하나쯤은 필요한 게 아닐까”라는 말에 아 이거구나, 글을 쓰고 싶은 이유가 이것이구나, 반갑고 놀라운 효주님의 통찰이다. 글이 안 써지고 뭘 쓸까 고민이 될 때마다 꺼내봐야겠다.

“그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유튜브 방송에서 나대지도, 춤이나 노래로 자신을 표현하지도, 런웨이에서 존재감을 뿜뿜 하지도 못하는 나도, 우리도, 뭔가 출구가 필요한 게 아닐까. 자기표현, 자기 고백, 내 생각과 내 생활의 양식을 드러냄. 지구 상의 누구라도 그런 출구 하나쯤은 필요한 게 아닐까. 그래서 딱히 다른 뾰쪽한 도리 없는 나는 오늘도 글쓰기를 선택한다.”

하여, 오늘은 이렇게 글을 남길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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