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1/01 (4)
생각 관찰
오늘도 깜빡이는 커서를 쳐다본다. 길게 보지는 못하고 또 딴짓을 한다. 딴짓은 늘 있다. 언제나 ‘아직 하지 못한’ 것들이 있고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것들이 있다. 오늘은 꼭 글쓰기를 하자고 마음 먹는다. ‘글쓰기의 어려움’이 언제까지 내 글의 주제로 유지될 것인지, 지겹도록 반복되는 이야기에서 벗어나고 싶다. 왜 글을 쓸까. 그것도 모르겠다. 그냥 쓰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내재된 수다 본능일까, 대나무 숲에서 무엇이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익명은 싫은가? 내가 했다는 명성이 필요한가? 아아 그것도 모르겠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생각을 본다. 내 생각을 지켜보기가 힘들다. 생각을 하면 몸이 지친다. 안 좋은 것만 보여서 그런가. 오늘은 “다정함은 근력에서 나온다”라는 재영님..
이상한 일이지, 매일 글쓰기로 마음먹고 첫 글을 쓴 다음부터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이 시대의 젊은이가 바로 나라는 것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여튼 그랬다. 첫 월요일을 맞이하고, 미루고 또 미루던 책 쓰기를 시작했다. 강의했던 내용이고 기술적인 내용이라 불편하거나 어렵게 생각되지 않았다. 쉽게 집중에 빠졌지만, 집중이 어색했는지 자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창가로 갔다. 생각은 빠르고 손은 느렸다. 워드에 쳐 넣는 글자보다 쓰고 싶은 말은 한참 앞서 갔다. 이미지는 나중에 넣어야지 하면서 그림 편집을 미루면 건너뛴 부분에서 자꾸 생각이 멈췄다. 마련하지 못한 그림을 지금 그려야 하나? 그림은 나중에, 일단 내용부터 쓰자, 아니지 그러다 깜빡하면 어떻게 해? 생각날 거야,..
그날의 기억은 내가 막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그곳이 어디였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는 좁은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복도라기보다는 베란다 혹은 난간이라고 해야 하나? 건물의 안쪽도 아니고 바깥쪽도 아닌 길쭉한 길이다. 건물 외벽에 가벽으로 만든 창고 같은 길, 복도. 내 앞에 누군가 달리고 있었고 나는 그 사람을 따라가고 있었다. 추격자처럼 내가 잡으러 가는 인상은 아니었고, 나도 저 사람처럼 빨리 여기를 지나가야 한다 빠져나가야 한다 그런 의지가 느껴졌다. 나는 도망을 치고 있었던 걸까? 그 집의 전체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낡고 또 허름하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도시의 변두리, 산동네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나 연립주택 같다.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지고 노인네 피부처럼 태양에 오래 노출되어 갈라..
새해 연휴를 보내다 하루는 밖으로 나가야겠다 싶어 뒷산에 올랐다. 이사 온 집에서 첫 동네 산책이다. 누나에게 듣기로는, 뒷산을 넘어가면 율동 공원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기 위해 빌라 단지를 지나게 되어 있어서 빌라 주민들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가보려고 하지 않았던 길인데, 가끔 등산복을 입고 지팡이를 들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아서 길이 있기는 있나 보다 했다. 오늘 그 길을 산책 갔던 것이다. 이곳은 빌라 단지가 우후죽순으로 마구 지어져 길이 구불구불하고 좁다. 길인지 마당인지 어중간한 경계도 있고 도로 가운데 전봇대가 서 있기도 한다. 주차장과 도로의 경계가 불분명해 가끔 도로를 점거한 것처럼 보이도록 주차된 차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익숙한 풍경인듯 대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