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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관찰
아침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깬 이후에 침대에 누운 채 일어나지 않고 밍기적거리다 꾸는 꿈, 개꿈이다. 하지만 아침 꿈은 흥미로운 면이 많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거나 평소와 다른 관점으로 사건을 보게 만든다. 오늘 아침에는 똥을 싸는 꿈이었다. 뭐 용변을 본다거나 하는 말일 수도 있겠는데 똥이 똥이지 뭐, 다른 말 쓴다고 냄새가 안 나나. 그런데 다행히도 똥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모든 아침 꿈이 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전혀 논리적이지가 않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그게 또 영감을 준다. 나는 앞이 탁 트인 넓은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꽤 넓은 방이었는데 강당 같은 느낌도 났다. 학교 운동장 객석 같은 높은 계단이 한쪽 벽에 있었고 나는 거기 여러 층계 중 한 곳에 있었다. 운동..
만년필로 글씨를 쓴다. 한동안 노트에 쓴 손글씨가 답답해 쓰지 않았는데 최근에 한 유투버가 자기만의 글씨를 쓴다, 자신만의 개성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만년필을 써 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래 만년필이 있었지 하고 다시 만년필을 꺼내 들었다.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고. :: 이연 / 느낌이 있는 사람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 만년필을 쓰세요 https://youtu.be/dylQETTXV1w 모처럼 초등학교 강당에 공연 나갔다. 무용단 사물 단원들의 타악기 연주와 판소리, 농악, 사자춤이 있는 찾아가는 공연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공연을 보았다. 집중하는 아이, 산만한 아이, 관심 없는 아이, 다양하다. 한 반 학생 수가 무척 적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공연 하루 전..
밤이 되자 슬슬 답답함이 올라온다. 밖으로 나가자고, 차에 안경을 두고 왔다고, 콜라를 마시면 시원할 거 같다고, 나갔다 오면 무기력이 사라질 거 같다고, 밖에만 나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이번에는 밖으로 나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낮에 입던 옷을 또 입을까? 아니, 그건 빨래 돌리고 있지, 잠깐 입을 옷을 꺼내 입기는 좀 아깝지 않나? 지금 집중이 되려고 하는 데 나갔다 오면 또 땀나고 씻고 그러면 흐름이 깨지지 않을까? 콜라는 몸에 안 좋을 텐데, 같은. 그냥 나가면 그만인데 이런저런 생각으로 또 시간이 갔다. 이런 생각하지 말고 나갔으면 2번은 갔다 왔을 시간이 흐르고서야 겨우 밖으로 나간다. 안경을 챙겨 올 것이다. 콜라든 아이..
동해 바닷가의 작은 낚시점 '동해 낚시 슈퍼' 박사장은 창 밖을 내다보며 의자 깊숙이 몸을 뉘었다. 오늘도 공치는 날인가 한숨을 내쉬며 담배 생각을 했다. 하긴 일요일 오후에는 손님이 없지. 담배를 피우고 싶었지만 일어나기도 귀찮았다. 넓은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구름이 넓게 퍼졌다. 비가 올 구름은 아니고 희고 밝은 구름이 뭉게뭉게 넓게 퍼져있다. 낚시하기 좋은 날씬데, 저런 구름이면 햇살이 따갑지도 않지. 방파제에 오래 서 있어도 덥지 않을 터였다. 선풍기는 천천히 회전하며 느릿느릿 가게 안 여기저기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일까 말까 하는 중에 가게 앞에 흰색 지프차가 섰다. 요란한 장식은 없었지만 커다란 타이어와 높은 차체 그 자체가 나 놀러 왔소 하는 느낌을 주는 차..
한 시간 좀 넘게 걷고 왔다. 밤이 되자 드디어 내 시간이다 하는 시간이 왔고, 이때는 뭐든 하고 싶어 진다.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깝다.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또 멍한 시간을 보낼 것 같아서 나갔다. 걷는 시간은 좋다.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것도 같은데, 대체로 별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어디로 갈까?' 같은 생각을 하거나, 사람을 구경하는데 여유 있게 보는 것은 아니다. 눈이라도 마주쳐 문제가 생길까 봐 안보는 척 대충 보다 말다 한다. 그러니까 사람을 제대로 보는 것도 아니다. 무슨 생각을 계속하면서 걷는데 그게 뭐였는지 기억은 안 난다. 공원 산책은 풍경이 좋긴 한데 너무 쳇바퀴 도는 느낌이라 불편하고, 거리는 뭔가 바쁘게 목적지를 향해 가는 느낌이라 별로다. 일하러 나온 게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