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118)
생각 관찰
The Load Out & Stay - Jockson Browne https://youtu.be/scsJZ67ssDY 최근들어 다시 자주 듣고 있는 곡이에요. 어렸을 때 밴드를 동경할 때 듣는 느낌과 요즘 듣는 느낌이 달라져서 그런가 더 애정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가사가 궁금해서 검색해보면 '어 이런 느낌이 아닌데...' 하게 되더라구요. 영어를 잘 아시는 분들이 영어는 잘 하시지만, 공연 스탭들에 대한 이해가 달라서 그런거 같아요. 그렇지만 내가 해석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서 답답한 마음입니다. 해석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소개하자면... 기분 좋게 공연 끝났고, 오늘 공연이 좋았고, 이제 관객들과 친해져서 더 놀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좀 더 있고 싶은 거죠. 피곤하..
어릴때는 옥상에서 골목을 내려다 보는 게 좋았다. 당연히 위험하다고 혼나긴 했지만. 놀이터에선 뛰어 놀기 보다 정글짐 위에서 아이들이 노는 걸 바라보는 게 좋았다. 첨벙첨벙 물놀이 하는 데서는 물에 들어가기 보다 평상에 엎드려 책을 읽으며 딩굴거라는 게 좋았다. 요즘은 드론으로 보는 풍경, 비행 시뮬레이터로 보는 부감 풍경도 좋다. 몰래 카메라를 좋아하는 관음증인가? 남들을 내려다 보기 좋아하는 권력지향형 취향인가? 어울리지도 못하면서 떨어지지도 못하는 소심한 관종인가? 남들과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볼수 있는 자리에서, 눈에 띄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자리,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대채로 그랬던 거 같다.
나는 관찰자. 깊이 들어가지 않고 따로 떨어져 나오지도 않는다. 무대도 아니고 객석도 아닌 곳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반은 잠에 빠져 꿈을 꾸지만 또 반은 깨어나 상태를 관찰한다. 늘 긴장하며 주위를 살피는 초식동물 캐릭터인가.
퇴근 후에 빵 만들면서 음악 듣고 맥주 마시는 걸 좋아해요. 빵 반죽하고 굽고 식히는 동안 생기는, 오늘 하루를 잘 보낸 것 같은 느낌이 좋아요. 토요일이지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지만 내일은 또 일찍 출근하지요. 힘들지 않아요, 재미있어요. 설거지까지 끝난 깨끗한 식탁을 보면서 드는 흐뭇한 느낌. 빵 먹는 것보다 '다 만들었다', '다 치웠다' 느낌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물론 군데군데 덜 치운 흔적이 남아 있지만 그건 또 뭐 내일 하죠. 지금은 이 느낌을 즐기는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는 집 안에 있습니다.
모처럼 보게 된 부모님 앞에서 아들은 흰머리가 많았다. 갈수록 말라가는 아버지와 갈수록 살이 붙는 아들. 모처럼 만나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지만 그런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모든 것이 어색한 사이다. 푸짐한 저녁을 먹고 TV 앞에서 말이 없다. 그저 옆에 앉아서 숨 쉬는 소리를 듣고 들려주는 동안 어머니는 잠이 들었다. 따뜻한 방바닥에 허리를 붙이고 나도 잠이 들었다. 노부부가 사는 고향집은 도시 속의 시골이다. 주소와 겉모습과는 상관없이 그저 시골인 고향집에서 깊은 잠을 잤다. 안녕 시골집. 유치원 가는 아이처럼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선다.
긴 출장에서 복귀하자마자 일요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금방 적응할 수 있게 휴일근무가 배정되었습니다. 오늘은 일이 많지 않아 편안하게 여유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좋습니다.
빵이 오븐에서 구워지는 시간은 짧아요. 반죽하고 숙성하는 시간에 비하면 1/10도 안 되지요. 손에 밀가루 덕지덕지 붙여 조물딱 거리는 반죽 시간도 좋고 숙성을 기다리는 시간도 명상의 시간처럼 즐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오븐에서 빵이 부풀어 오르는 순간이 가장 좋습니다. 이 순간을 기쁘게 보기 위해 지난 몇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재료를 섞고 반죽하고 기다리는 과정이 제대로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간입니다. 레시피대로 하면 제대로 나오는 것을 알지만 이번에는 이걸 바꿔보고 또 다음에는 저것을 바꾸면 어떨까 상상하며 시도해 보고 생각대로 나오는지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생각대로 나오면 생각대로 나와서 좋고,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어 무엇이 잘못되었지 무엇을 바꿔야 할까 생각하며 다음을 계획하는 재..
급한 일정이 이어지면서 하루 쉬려고 했는데 연속으로 10일이나 쉬었다. 바빠서 그랬기도 했고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있기도 했지만 늦잠을 자서 어차피 늦어서 에라 모르겠다 그냥 쉬자 하고 못쓰기도 했다. 시작이 어렵지 한번 포기한 마음은 그 뒤로는 쉽게 포기했다. 글쓰기는 어려워도 글 안 쓰기는 쉽다. 등산 중에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잠깐 옆길로 빠졌다가 돌아오려면, 빠진 시간만큼 평균 속도 2배 이상을 달려가야 일행을 만날 수 있다. 꾸준하게 가는 힘은 막강하다. 꾸준하게 하기는 어렵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루틴이 흐트러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나의 프로젝트가 완료되어 끝났다는 느낌을 가지고 다음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방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매일매일이 하나의 프로젝트로..
‘나는 잘 모르는데’라는 말이 나를 편하게 한다. 어머니가 뭘 모른다고 말하면 답답했는데, 아버지가 뭐든 모른다고 할때도 답답했었는데, 이제 나도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이 나를 어려운 일로 부터 빠져 나올 수 있게 하고, 책임을 회피하게 하고, 누군가에게 일을 맡겨 몸이 편해지는 경험을 한다. 모른다는 말은 매직이다. 은행에 일 보러 갔다가 오픈뱅킹 앱을 깔게 되었다. 나이 많은 어르신에게 길 안내 하듯 천천히 차분하게 어플 사용법도 알려 준다. 네네… 친절하게 알려주니 나도 잘 듣는다. 고개를 끄덕이고 세상에 이런 앱을 처음 보는 것 처럼 신기해 한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은행을 나선다. 나도 할줄 안다고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컴퓨터를 고치는 일에 대해 모른다고 ..
아침 시간이 다 지났지만, 늦은 아침 글쓰기를 한다. 오늘은 아침 달리기를 했다. 원주에 일 때문에 와서 회식 자리에 끼었다. 거기에는 마라톤을 하는 분이 있었고, 달리기의 좋은 점을 전파하고 있었다. 같이 달리면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부탁드렸고, 그래서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술 마시느라 늦게까지 있었는데 숙취도 있고 잠도 덜 깨서 힘들었다. 혼자서는 5분 달리고 2분 쉬는 것도 힘들었는데 같이 뛰니까 더 뛸 수 있었다. 몸을 세우는 방법, 손을 흔드는 방법, 무릎을 올리고 발끝을 내리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시선 처리하는 방법이나 제자리에서 달리는 자세 연습하기 등 책으로는 배우기 힘든 것들을 쉽게 알려 주었다. 유튜브로 보고서도 이건가 저건가 하던 것들이 가까이서 말로..
불평이 때로는 문제의 개선을 위해서 라기보다 ‘내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알고 있다,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나는 말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애썼지만 다른 사람들이 못하게 했다, 불평은 대체로 그런 것이었다. 나의 불평도 그랬고, 다른 사람들의 불평도 그랬다. 내가 불평을 말할 때는 남들이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는 것이 불편했고, 남의 불편은 중언부언되지도 않는 변명으로 들렸다. 나의 변명과 남의 변명이 뭐 그리 다른가. 불평은 듣기 싫지만, 희망을 듣는 것은 좋았다. 이렇게 하고 싶다, 내가 바라는 것은 이렇다. 내가 그리는 결과는 이런 모습이다. 이런 것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 이 부분은 이런 게 좋고, 이런 게 부족하고,..
따뜻한 이불과 차가운 공기가 계속 더 누워있자고 유혹한다. 이렇게 편안한데 왜 일어나려고 하느냐, 하루쯤 쉬어도 좋지 않냐, 적당히 누워 있다 보면 오늘 인증 시간이 끝나니 까짓 거 잠깐만 누워있자, 뭐 그런 말들을 속삭인다. 아 쉬고 싶다. 누가 시켰나, 누가 억지로 하게 했나, 지가 한다고 한 걸 왜 억지로 하는 것처럼 이러고 있나. 왜 이러고 있나를 생각하면 부정적인 말만 떠오른다. 글 쓰려고 애쓰는구나, 아침마다 잠에서 깨어나니 대단하다, 술 마시고 늦게 자서 피곤할 텐데 일어나 책상에 앉다니, 글쓰기를 하려고 단단히 마음먹었구나, 멋지다, 대단해, 같은 칭찬을 생각하지만 금방 끝난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비꼬는 말투로 말을 한다. 듣지 않는다. 글은 안 쓰고 글쓰기를 하자 하지 말자 마음의 싸움이..
출장지에 와서 술을 먹고 잤다. 아침 글쓰기 습관이 잘 들었는지 잠에서 깬다. 깨서 자리에 앉기는 했는데 글쓰기는 잘 안된다. 숙취 때문에 속이 쓰리다. 잠깐 쓰고 다시 자려고 했는데 아직도 못써서 다시 못 잤다. 잠은 다 깼는데, 시간만 가고 글쓰기는 어렵다. 그래도 30분 넘게 앉아 쓰려고 애쓴다.
이사한 지 한 달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정리 중이다. 어제 방을 바꿨다. 가구를 옮기고 짐을 옮겼다. 거의 이사를 한 것이지만 집 내부에서 움직여서 힘이 들지는 않았다. 두어 달 사이 에이사를 4~5번 했더니 방 바꾸는 정도는 쉽게 느껴졌다. 조금 더 큰 방으로 옮겼다. 벽 한쪽 전체에 선반을 만들었다. 책장을 만들었던 재료와 공구들이 있어서 수월하게 만들 수 있었다. 도대체 이 많은 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이 보이지 않았는데, 꾸역꾸역 넣으니 들어가기는 다 들어갔다. 차일피일 미루던 짐 정리를 어제 하루 동안 했다. 자리를 차지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짐 역할에서 벗어났다. 괜찮다고 말해도 아무래도 짐 박스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좋지 않으니까. 출장을 앞두고 갑자기 시작한 일이지만 왜 진작 하..
날이 추워졌다. 무기력함에 대해 생각한다. 내 의지로 저항할 수 없고, 내 의지로 동조할 수 없는 상태. 뜻이 있어도 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의 자존감에 대해 생각한다. 내 의견이 잔소리가 되고, 쓸데없는 소리가 되고, 듣는 사람이 없이 허공에 대고 말하는 느낌이 들게 되면 무기력감에 자존감이 낮아질 것 같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무엇을 하더라도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이야기를 듣고, 무엇을 하고 싶어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시작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얼마나 초라한 느낌이 들까. 오천 원, 만 원 정도의 돈을 쓰는 데 어디에 쓰는지 무엇을 할 건지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또 쓸데없는 짓한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면 얼마나 싫을까.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 이외에 모든 것이 금지된 것 같은 느낌..
나의 뇌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 시간에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주로 아침에는 오늘 있을 일들에 대한 생각을 한다. 하루의 일정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피하려고 할수록 더 생각 난나 더니 아침에 잠이 깨면서부터 오늘 해야 할 일 생각을 한다. 주로 늦지 말아야지, 잘 해내야지, 결재받아야 하는데 잘 처리될까, 뭐 그런 것들이다. 대체로 늦지 않고, 대부분 무난하게 해내고, 결재는 무리 없이 잘 나온다. 걱정한다고 안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될 일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걱정을 한다. 생각해보니 안 해도 될 걱정들이다. 걱정도 습관이다. 오늘은 더 잘될 것이다. 그러니 걱정은 그만.
가방이 가볍다 싶더니 노트북을 넣지 않고 퇴근했다. 가끔 태블릿을 놓고 올 때도 가볍게 느껴져 뭔가 빠뜨리긴 했나 보다 싶었는데 노트북일 줄이야. 조직개편 후 내 보직이 바뀌었다. 예상을 벗어나는 변화라기 보다 몇 개월 전으로, 전 팀장의 색깔을 지우는 방향으로 틀이 잡혔다. 최근 걱정하던 일이 한 단락 지어져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일과 책임이 줄었다. 명상도 어렵고 집중도 안된다. 잡념의 소재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어제 사온 커피가 별로다. 날씨가 서늘해졌다. 추석 연휴 끝나고 가을을 확연하게 느낀다. 긴팔 셔츠 를 입었다. 책상을 옮겼다. 3번에 가까운 이사와 3번의 사무실 이전을 마쳤다. 불확실한 혼란의 시간이 끝났다. 이제 다시 일상을 만들 때다.
긴 연휴가 끝났다. 이사의 마무리로 어제저녁에 부엌 싱크대 하부장을 설치했다. 이케아 카탈로그를 열심히 뒤적이고 여러 가지 조합을 고려해 구입할 물건들을 선택했다. 조립 시간이 늦어져 아래층에 민폐를 끼쳤다. 찾아와 말을 하진 않았지만 밤늦은 시간에 꽤 시끄러웠을 거다. 싱크대 상판을 올리는 것까지 마치고 넓고 시원해진 부엌을 보니 홀가분하다. 서랍 부분은 오늘 또 저녁에 작업해야 할 것이다. 오븐을 옮기고, 부분 조명을 설치하고, 전선들을 숨기면 작업이 끝난다. 그러면 어머니가 빼놓았던 그릇들과 조리도구들을 다시 배치한다. 아이고 일 많다. 오늘 오후에 업무분장이 바뀐다. 새로 바뀌는 팀장이 어떤 마음으로 배정을 할지. 하여튼 새로운 일을 앞두고 속으로 걱정이 많다. 말로는 상관없다, 걱정 안한다, 되..
늦잠을 잤다. 어제 가족 모임이 있어서 가족들과 긴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와 누나들과 조카들이 모인 자리였다. 나는 바비큐와 빵을 만들었다. 밑반죽을 만들고 아침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쓰기를 마치고 씻고 장 보러 갔다. 마침 바비큐 럽이 떨어져 럽을 만들어야 했다. 누나는 추석 때 보지 못한 큰 조카를 맞이하느라 이것저것 해주고 싶은 게 많았나 보다. 파스타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샤부샤부도 하고 싶어 했다. 아들 먹이고 싶은 마음은 똑같나 보다. 어머니가 나에게 이것저것 먹고 있는데 또 권하는 것과 같다. 바베큐 불을 지피고, 숯에 불이 붙는 동안 고기 밑간을 하고, 빵 반죽을 할 재료들을 식탁에 정렬하고, 고기를 불에 넣고 훈연을 시작했다. 다시 반죽으로 돌아와 덧반죽을 만든다. 질척이는 반죽을 손..
아침 글쓰기를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하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는 글쓰기가 어려웠다. 익숙하지 않은 일에 잘하고 싶은 생각까지 겹쳐서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생각의 표현이 소설처럼 나타날 때가 있지만 대부분의 생각을 소설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설을 쓴다고 생각하면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생각을 관찰하는 글을 쓴다. 관찰은 어떤 상태인가 살펴보는 것이다. 주의하여 잘 살펴보는 것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그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래서 마음이 어떤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무엇을 하기 싫어하는 건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글쓰기다. 내가 나와 마음을 터놓는 시간이다. 내가 나와 이야기 하는 데도 솔직하지 못한 것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