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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관찰
요사이 며칠은 아침에 잘 깬다. 푹 자고 일어난다. 서너 시간,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깊게 잠들었다가 깨어난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난 이후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시간이 길다. ‘아이구 너무 일찍 깼네’ 하다가 일어나야지 했던 시간보다 더 오래 누워있다. 잡념의 시간. 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의지와 상관없는 생각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깨어서 꾸는 꿈같다. 다시 잠이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돈 걱정을 하거나 일 걱정을 하고, 야하거나 공포스런 상황에 놓여 허우적댄다. 도망 다니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격렬하게 싸우기도 한다. 불쾌한 기분이 되거나 흐리멍덩한 상태가 되어 일어난다. 잠을 잘 잤는데 이상하다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이 불쾌한 상태를 이겨내는 것은 잠에서 ..
자리에 앉긴 했지만 글쓰기 시작이 안된다. 화면 너머에 있는 온갖 글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글쓰기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글쓰기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의지와 본능의 싸움인가. 글쓰기를 어렵고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본능적으로 일단 피하고 미루는 마음이 생기는 건가. 글쓰기는 불편한 일이 아니야, 걱정이 많아서 고민하는 게 아니야 라고 글쓰기를 피하는 마음에게 알려 주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 이미 겁을 먹고 꽁꽁 숨어버린 마음이다. 도와주겠다고 다가가는 소방대원을 피하는 동물처럼 글쓰기가 숨었다. 겁먹지 않게 조금 떨어져 앉아 기다린다.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위험을 느끼지 않을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하고,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딴 곳을 바라보고 기다린다. 강아지..
오늘도 시작이 어렵다. 그래도 자리에 앉는 것, 뭐라도 쓰겠다고 자판에 손을 올리는 정도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만큼은 한다. 아침 글쓰기 앱으로 ‘베어’를 쓰고 있다. 무겁지 않아서 좋다. 전체 화면으로 글쓰기 창을 띄워 놓았다. 커서가 깜빡인다. 시간이 흐르는데 생각이 보이지 않는다. 알람보다 10분 정도 일찍 일어나서 여유 있다 싶었는데 잠깐 뒤척이는 사이에 20분이 지났다. 6시 10분이 되어서 아이구 이러다 늦겠다 싶어서 일어난다. 화장실 갔다가 간단하게 씻고 물을 끓인다. 어젯밤에 만들어 냉장해 두었던 반죽을 실온에 적응하도록 꺼내 둔다. 유자청을 머그 컵에 담고 레몬청도 추가해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이제 준비는 다했다. 아차 음악도 틀어 놓을까. Olga Scheps의 피아노 연주를 틀..
“가치관은 약이나 치료방법이라기보다 규칙적인 식단에 가깝다. 저녁을 먹었다고 해서 다시 배고픔을 느끼는 걸 막을 수 없듯이… 어떤 상황에서 한 번 가치관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영구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 작은 것의 힘” “내가 어쩔 수 있는 건 어떤 일에 투입하는 시간뿐이다. 내가 언제 잠이 들고 말고는 내 소관이 아니다. 내가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책에 쓸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고 말고는 내 소관이 아니다. 나는 안 되는 걸 억지로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다만 잠을 자기로 한 시간에 침대에 눕고 책을 쓰기로 한 시간에 책상에 앉을 뿐이다. - 초집중”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마침 둘 다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연이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을 읽게 되니 나에..
어딘가에서 탈출을 했다. 꿈에서는 비교적 구체적인 탈출 상황이 그려졌지만 깨어난 상태에서 생각해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하여튼 탈출을 했고, 어느 이상한 마을 정류장 대합실 같은 곳에서 나왔다. 밤이어서 내 얼굴을 잘 보이지 않은 채로 밖으로 나왔다. 바닷가 마을 같은 느낌이었지만 바다가 보이지는 않았다. 동네 작은 슈퍼 보다도 작은 로또 판매점 같은 정류장 매점이었다. 버스표도 팔고 간식도 파는 곳. 밖은 깜깜했다. 가끔 한두 대 차가 지나가는 것을 빼고 나면 매점 불빛이 전부인 곳이다. 도로의 가로등이 들어오지 않아 깜깜했다. 큰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어둠에 익숙해지자 달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시골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서해안의 작고 덜 유명한 관광지 같은 느낌이다. 나는 왜 도망..
어제 라디오를 듣다가, 어느 프로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집중을 한다는 건 현재를 사는 것이다. 과거의 일을 후회하지 않고, 미래의 일을 걱정하지 않는 상태'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집중에 대한 좋은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하거나 아직 생기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이 생각의 대부분이니까 그런 부분을 덜어내면 집중하는 것이 맞겠다. 현재를 사는 것,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짧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전문가’의 정의를 그렇게 말했다. 출처는 기억나지 않는다. 집중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문가에 대한 정의를 떠올렸다. 짧게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많이 생각하고 다른 것과의 차이를 알기 때문에 가능하다. 듣고 나면 아 그렇지 하게..
어제 재택근무였는데 퇴근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퇴근 시간인 6시에 맞춰둔 알람을 듣고도 조금 있다가 해야지 하다가 새벽에서야 아차 퇴근을 안 찍었구나 하고 놀라서 깼다. 2개 남은 연가를 재택근무한 날에 쓰게 됐다. 연가를 날려버린 것도 속상하고, 출퇴근 기록 같은 사소한 것들을 놓쳐버린 바보 같은 ‘관리 소홀’도 속상하다. 하여튼 그리하여 일찍 깼다. 늦게 잤는데 일찍 깼다. 그래도 4시간 정도는 잔 것 같다. 깊이 잘 잤는지 개운하다. 아침 글쓰기 전에 노트에 글쓰기를 했다. 별로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내심 서운했었는지 서운한 마음을 글로 쏟아냈다. 쓰면서 알았지 그렇게 서운했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 까진 아닌 것 같은데 쓰는 글로는 많이 서운한 느낌이 났다..
오늘은 재택근무 하느라 집에 있었다. 미뤄두었던 짐정리 하려고 이것저것 꺼내다 보니 만들다 만 닉시클럭이 보인다. 닉시 진공관으로 된 숫자 표시기가 있는 시계인데, 아는 분이 조립 키트를 몇 개 구입했는데 잘 안된다고 나보고 만들어 보라고 해서 만든 것이다. 숫자를 3개 까지 납땜해서 넣고 동작 확인하고 그분 것 만들어 드리고 내것은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동작이 되는 것 확인하고 나니 귀찮기도 해서 서랍에 넣어 두었던 것인데 지금까지 온 것이다. 사실 깜빡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짐정리 하려고 보니 만들다 만 것들이 많다. 글쓰기도 그렇고 사진 찍고 글쓰기도 그렇고 이것저것 하다 만 것들이 보인다. 체력이 딸린다. 예전에는 생각과 실천이 찰싹 붙어 있었는데, 이제는 생각과 실천이 참 멀다. 종목..
약간의 실수가 있긴 했지만 나오긴 나왔다. T55 1kg 우유 650g 이스트 20g (2%) 소금 20g (25%) 버터 40g (4%) 반죽 - 숙성 - 분할 - 성형 베이킹 소다 물(물 1리터에 소다 50g)에 담궈 30초 있다가 빼서 팬에 나열 소금 뿌리고 쿠프(칼집) 내기 - 칼집 내기를 안해서 오븐에 들어가 3분 정도 지난 걸 다시 빼서 칼집 냈음, 빵 빼다가 손 데임 ㅠㅠ 오븐 예열 되는 동안 기다리기 (빵이 24개나 되서 분할, 성형, 소다물에 담그기, 팬닝, 예열 하는 동안 숙성이 된다) 220도 예열한 오븐에 200도 15분 굽기 - 팬에 빵이 들러 붙어서 떼기 힘들었다. - 빵에 물을 발라 올려서 그런 듯, 물기가 많은 빵이 잘 안 떨어졌다. - 종이를 깔고 굽는 게 좋을듯
힘든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체증이다. 어제는 무척 심심한 하루를 보냈다. 급한 일이 끝나고 미뤄 두었던 일을 해야 할 시기였는데 거짓말처럼 미뤄둔 일이 보이지 않았다. 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빈둥빈둥, 뒤적뒤적, 이것 조금 저것 조금,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됐고 또 퇴근 시간이 됐다. 집에 가서 프레첼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은 했다. 정시에 퇴근하면 집으로 가는 길이 엄청 막힌다. 배가 고프다.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산다. 계산대 옆에 있는 핫도그도 산다. 길 막히면 졸리니까 과자도 하나 산다. 하루 종일 뭘 먹지 않고 잘 보냈는데 퇴근길 편의점에서 식욕이 폭발했다. 식기 전에 먹어야지 핫도그, 배고프니까 샌드위치, 길 막히니까 과자 한 봉지. 그랬다. 운전하..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을 위해 빵과 고기를 준비했다. 미리 만들어서 냉동해 두었던 빵 중에서 몇 가지를 고르고, 고기는 목살로 풀드 포크를 만들 것이다. 소금, 후추, 설탕, 파프리카 가루, 오레가노, 타임을 섞어 라면 수프 같은 럽을 만든다. 덩어리 고기에 럽을 덕지덕지 바르고 150도 오븐에 넣어 굽는다. 3시간 전에 꺼내 놓은 고기 내부 온도는 15도, 목표 온도는 75도. 고기를 굽는 동안 잠을 잤다. 오전에는 어머니와 누나들에게 고기를 대접했다. 작은 누나가 퐁듀를 준비했다고 해서 어머니 모시고 갔다. 두껍게 썰어달라고 주문한 등심으로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등심 굽고 난 팬에 햄을 구웠다. 며칠 전에 수육 만들고 남은 육수로 라면을 끓였다. 퐁듀에 빵과 햄을 찍어 먹고, 고기를 먹고, 라면도 먹..
T55 밀가루 1kg 물 65% 이스트 2% 소금 2% 설탕 5% 버터 4% 손반죽(메이크업 단계에서 버터 투입) 상온에서 40분 숙성, 폴딩, 40분 숙성 346g 분할, (330으로 나누니 5덩이하고 80g 남아서 각 16g씩 추가) 상온에서 80분 숙성 오븐 예열(약 15분 정도) 칼집(쿠프)내고 오븐 투입 250도 예열, 240도 10분(스팀 O, 바람X), 220도 5분(스팀 X, 바람 O)
밀가루 1kg (T55 60%, 호밀 40%) 물 650g 이스트 1% 소금 2% 몰트 3% 설탕 7% 버터 4% 반죽기 반죽, 메이크업 단계에서 무염버터 투입 250도 예열, 240도 10분(스팀 O, 바람 X), 220도 5분(스팀 X, 바람 O)
새 밀가루로 시작하는 빵 바게뜨와 깜빠뉴 16일 도착한 새 밀가루 T55로 만들었다. 퇴근 후에 시작하느라 숙성이 늦어져 새벽 1시에 구웠다. 아침까지 기다리는 게 옳았겠지만 빨리 결과물을 보고 싶어 밤 늦게 그 난리를 피웠다. 밀가루 1kg 물 650g 이스트 1% 소금 2% 250도 예열, 240도 10분(스팀 O, 바람 X), 220도 7분(스팀 X, 바람 O) :: 조금 탄 느낌이 있어서 10분-5분으로 바꿔도 좋을듯
어제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쭉 쉬는 일정이다. 반차에 공가, 대체휴일, 토요일, 일요일로 연결된 휴가. 어제는 학생들을 만나는 멘토링 시간이 있었다. 회사에는 오후 반차를 냈다. 학생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고 교수님과 차 한 잔 마시고 나오니 평소 퇴근시간. 오늘은 건강검진을 위한 공가다. 병원 예약을 알아보니 1~2주 전에 예약해야 한단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예약 없이 그냥 갔으므로 이번에도 그냥 가기로 마음먹었다. 집 근처 병원을 알아보니 동네 병원에서도 가능하다. 굳이 회사까지 갈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오늘이 어머니 진료 예약일이라 회사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가게 됐다. 내일은 낚시 예정. 새벽에 출발해서 밤에 돌아오는 계획이다. 생각 같아선 1박 하는 것도 좋겠는데 날씨 상황을 고려해서 취..
수면앱을 통해 수면 상태를 체크한다. 잘 잤다고 느끼는 날의 그래프와 개운하지 않은 날의 그래프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수면앱의 측정 결과가 내가 느끼는 상태와 비슷하니 믿을만하다 할 수 있겠다. 오늘 아침에 본 그래프는 꽤 만족스러운 수면 상태를 보여주었는데, 보고서를 조금 더 자세히 읽어보니 수면 시간이 너무 짧다. 피곤해서 쓰러질 정도가 되어야 잠자리에 들고, 일찍 출근하는 편이니 일찍 일어난다. 그러니 수면시간이 짧을 수 밖에. 늦잠을 자도 괜찮은 날에도 길게 못 잔다. 습관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몰아서 자는 게 안 되는 편이다. 오늘 많이 잤다고 내일 개운한 것이 안되더라. 잠을 더 자고 싶다는 욕구도 없다.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지, 개운하다는 느낌이 없다. 피곤하지만 벌써 시..
일기장을 펼쳤다. 일기장이라고는 했지만 잘 쓰지 않았다. 만년필로 쓰는 필기감이 좋다. 하지만 타이핑이 편하게 느껴져서 그런지 잘 안 쓰게 된다. 글씨를 쓰고 싶을 때 꺼내 쓰게 된다. 2017년부터 쓰고 있는 노트인데 아직도 반이 넘게 남았다. 어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노트를 꺼내 일기를 썼다. 타이핑으로 글쓰기가 잘 안되고 있어서 새롭게 시도해 본 것이다. 손글 쓰기의 불편한 점 중에 하나는 글씨를 열심히 쓰고 있으면, 특히 회사에서, 누군가 옆에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궁금해하는 것이다. 참 남의 일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다. 직접 묻기도 하고 기웃 거리기도 해서 좀 불편하긴 하다. 그저 무시하고 내 할 일 해도 되는데 그런 것을 의식하고 있다. 어제는 노트를 펼치다가 가장 최근에 쓴, 8월..
어제 내가 담당한 올해 특강이 끝났다. 마지막 공연을 한 셈이다. 허전하고 아쉽고 또 시원하고 후련했다. 거나한 뒤풀이라도 하기를 내심 바랬었나? 스탭들과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웠다. 하지만 갑자기 밀려드는 다음 일정 때문에 다들 바빠 술자리를 가지기는 어려웠다. 나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숙취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집으로 오는 길은 피곤했다. 졸음이 쏟아졌다.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해방감인지 모르겠다. 마음은 편했다. 피곤하지만 반죽을 하고, 숙성을 위해 냉장고에 넣고나자 또 반죽을 하고 싶었다. 마음이 허전하긴 한 모양이다. 뭐가 그렇게 허전한가? 강의에 참가했던 신입 기획자들과 프리랜서 아티스트들과 더 시간을 가지고 싶었나. 대단한 수업이었다고 굉장했다고 좋은 강의였다는 칭찬을 듣고 싶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