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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관찰
고등학교 때였던 거 같은데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얼굴은 어렴풋이 생각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가 있었다. 수업 시간에 공부는 안 하고 뭘 그려댔다. 미술반이거나 실기 과제를 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그리는 그림을 그렸다. 어떤 때는 화투를 그리기도 했고, 풍경을 그리기도 했고 만화도 그렸다. 계속 그리고 나눠주고 버리고 그렇게 그림을 소비했다. 미대에 가거나 하는 목적을 가진 건 아니었다. 나는 매일 악보를 그렸고, 그 아이는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주변에 만화를 그리는 아이도 있었고 그냥 만화책을 보는 아이도 있었다. 고3이었는데. 우리는 예체능계로 진로를 선택하지도 못한, 그냥 평범한 이과반 아이들이었다. 가끔 공납금이 밀려서 선생님 호출을 받기도 하고, 성적이 좋지 않아서 대학에 갈..
1일 1식을 해야지 마음은 먹지만 그건 배부를 때 생각일 뿐.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은 얼렁뚱땅 넘어가나 싶었는데 밤이 되면 배가 고프다. 배가 불러도 허기지고, 방금 먹었는데도 뭔가 먹고 싶어 진다. 그러니까 이건 습관인 거다. 미생에 나왔던 대사 중에 체력에 관한 것이 있다. 체력이 약하면 적당한 곳에서 안주하게 된다고.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 밖에 안돼 어제, 이야기를 생각하다가 금방 지치는 걸 인식했다. 남아 있는 일들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최근에 하는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다..
말 걸기 편한 인상인지, 어디에 가나 대체로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나도 초행길이라 헤매고 있는데 길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나도 처음 하는 일이라 어떻게 하는지 찾고 있는 데 사용법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어느 공간에 있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뭔가가 있나 보다. 뭔가... 사용자처럼 보이지는 않나 보지. 친절해 보이거나 만만해 보이거나 그러겠지. 동네 치킨집에서 포장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생맥주 한잔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새로 온 사람이 여긴 뭐가 맛있냐고 묻는다. 어, 후라이드 밖에 안 먹어 봤지만, 가게에서 먹는다면... 하고 생각했던 골뱅이 후라이드 세트를 추천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장님한테 물어본 것을 가운데서 내가 대답한 것일 수도 있겠다. 키오스크 어떻게 쓰는지 ..
집을 같이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월세를 아끼기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았다. 하긴 어렸을 때는 단칸방에 다섯 식구가 살았으니 평생을 나 이외의 사람과 한 방을 쓰면서 살아온 셈이다. 아마도... 혼자 월세를 낼 수 있는 30대가 되기 전까진 그랬다. 나름 일찍 상경한 편에 속해서 내가 사는 집에 후배들이 밑도 끝도 없이 찾아와서 며칠씩 있다 갔다. 서울 상경의 베이스캠프 같은. 서울의 맛보기 집이랄까. 나름 기댈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후배들에게 나는 집을 구하는 한 달, 진짜 길게 봐서 한 달이다, 그전에 방을 구해라고 말했다. 싱글 침대 하나 놓을 공간도 없는 단칸방에 책도 많고 악기도 있는 작은 방에 사내 둘이서 지내는 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사..
캠핑을 다녀왔다. 낮에 한가할 때 글 써서 올려야지, 매일 글쓰기니까, 그런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그건 처 맞기 전까지의 그럴듯한 계회이었던 셈이다. 추웠다. 양평 산골짜기에 있는 캠핑장은 추웠다. 해가 들고 볕이 드는 낮에는 이대로 계속 있어도 좋겠다 싶을 만큼 상쾌했지만 어 해가 지는 건가? 싶은 때부터 추위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오토캠핑이라 난로가 있었다. 장작을 사용하는 화목난로도 있고, 기름을 사용하는 난로도 있었다. 장비병에 걸렸다 할 만큼 장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니 중복되어 꺼내지 않는 짐도 많았다. 연애를 시작한 커플이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하느라 부른 캠핑. 좋은 이야기, 좋은 사람, 희망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이야깃거리는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툭툭 끊겼다. 칭..
들개에게 쫓겨 절벽에 내려서있는 산양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의 한 부분이었을 텐데, 짧게 본 것이지만 인상 깊었다. 최근에 다시 영상을 찾아보면서 가슴이 뛰었다. 뭔가... 말로 표현되지 못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그중 가장 강렬했던 것은 게으름에 관한 것이다. 저 산양만큼 더 이상 피할 데가 없을 때까지, 일을 미루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뭐 대단한 일을 하느라 미루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 보면 딴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 산양들이 게을러서 저 상황에 놓인 건 아니겠지만, 저 절박한 상황이 그렇게 보였던 거다. 아마 마감 때 느끼는 부담감을 저렇게 느끼는 거겠지. 부담을 느끼면서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거 보면 참 대단한 미루기다. 미..
손잡고 걷다가 깍지 낀 손가락이 뻣뻣하게 굳은 듯 펴져 있을 때 마음이 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는 듯 무표정한 얼굴이 되어 있을 때 맥락 없이 마무리한다. 아무 말 없이 시큰둥하게 창 밖을 보다가 그만 갈까? 하는 말에 표정이 밝아질 때 떠날 시간이 되었음을 느낀다. 핑계를 찾지 못해 함께하는 드라이브, 더 이상 미루지 못해 함께하는 데이트. 점점 마주치지 않는 시선, 휴대폰 문자에 머무는 반가운 시선, 의자에 깊숙이 기대 점점 피곤해하는 표정, 형식적인 대응을 느낄 수 있는 키스. 하면 뭐 하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이것도 재미없고 저것도 식상하고 세상만사가 다 시큰둥해 보이고 몸이 안 좋다면서 다른 사람 통화는 활기차고 밝은 사람이 되는 거..
주위를 잘 살피는 편이다.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보게 된다. 셜록 홈스처럼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결론을 유추하진 못하지만 그런 과정은 좋아한다. 운전 중에도 다른 차선의 차들을 살핀다. 다른 차선에서 펼쳐지는 차선 변경, 특히 깜빡이 없는 차선 변경, 브레이크 등, 과속, 경쟁관계 차들의 간격... 그런 것들 때문에 생기는 오기, 고집, 화남, 복수, 욕심 그런 감정을 읽는다. 그래서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예측하고 규칙성을 찾는다. 내 예상이 맞는지 확인하고 검증하진 못하지만 그렇겠구나 정도 생각한다. 재미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피곤하다고 안 하는 경우는 없다. 나의 안전을 위해서 하게 되는 어쩌면 생존본능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초식동물의 긴장감 같은. 초식동물은 눈이 옆에 달렸다..
나는 좀 만만한 사람이다. 스스로 호구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니 좀 많이 그런 편이다. 친절한 사람? 상냥한 사람이라고 포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좀 많이 만만하긴 하다. 운동이 필요해서 PT 상담하러 갔다가 비싼 등록을 했다. 어차피 운동할 거, 그래 뭐, 하지 뭐. 운동을 시작한 이후에도 트레이너가 자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야금야금 던지는 떡밥을 다 받았다. 그럴 수 있겠네, 필요하겠네, 하지 뭐. 어차피 혼자서는 잘하지도 않는데, 돈 아까워서라도 하겠지 하고 넙죽넙죽 시키는 대로 추천하는 대로 받았다. 이건 좀 과하지 않나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뭐 미안해서라도 잘해주겠지. 트레이너의 실적 욕심도 작용했겠지만, 결국은 운동하는 거니까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받아들였다. 은행 대출 서..
동네 골목에 있는 스시집에 갔다. 골목 시장에서 한 블록 떨어져 있고, 전철역에서 주택가로 가는 이면도로에 있는 작은 가게. 오며 가며 언제 한 번 가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집이다. 저녁 시간이기도 했고, 나는 술을 한잔하고 싶었다. 모둠 초밥 같은, 보통 10 피스 정도 나오는 초밥에 생맥주나 사케 한 도쿠리 정도면 적당하겠다. 시간은 8시, 식사 손님들은 다 빠져나갔는지 가게는 비어있었다. 가게 문 닫으려고 정리하는 건 아니겠지? 조금 있으니 주방에서 사장님이 나타났다. 먹을 수 있나요? 그럼요, 편한 데 앉으세요. 테이블은 3개, 그중 1개는 1인 테이블을 2개 붙여 놓아서 손님이 많을 때는 4개로 바뀔 수 있다. 주방 가까운 쪽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살핀다. '1인 혼술 사시미 세트'와 '1인 혼술 ..
뭐 믿는 구석이 있겠지. 그래, 아무 대책도 없이 무작정 나올 순 없지. 새해를 맞이하면서 또 설날 기간을 지나면서 안부 인사를 나누다 대체로 비슷하게 마무리된다. 그렇게 생각을 해야 편하겠구나 싶어서 뭔가 그럴듯한 대답을 준비하기는 했다. 오라는 데가 있다, 여기보다 연봉이 좋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라는 부분에서 철없이 들릴 수도 있어서 뭔가 포장이 필요했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걱정은 할 것이고 내가 어떤 결정을 해도 불안정하다 생각할 것이었다. 나 또한 그 걱정들 때문에 마음이 바뀔 것도 아니어서 이건 그냥 부조금을 주고받는 듯한 기분으로 인사를 나눈다.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계획이 허술했다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직은 아니라고. 알리가 한 말이었나..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그래, 이런 시각도 좋은 것 같다.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뭔가를 만들고 있을 때, 공연을 만들고 하고 있을 때, 글쓰기를 할 때, 음식을 만들 때, 이런 거다. 그러니까 뭔가를 만들고 그것이 제대로 동작하는 것을 바라볼 때 행복감을 느낀다. 계획할 때의 기대감도 좋고, 만들 때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는 시간도 좋다. 결과가 만들어지는 도중에 느끼는 제어감, 내가 전체 과정을 이해하고 있고 제어하고 있다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내가 만들었다고 느끼는 결과에 대한 만족감도 좋아한다. 대단한 결과물이 아니어도, 인류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만들기, 만드는 과정 전체가 기쁨을 준다. 마감에 쫓기는 것,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데 원인을 찾지 못하..
퇴직하고 7개월이 지났다. 이것저것 하느라 바쁘게 지낸 6개월을 보내고, 최근 1달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마눌도 없고 애도 없으니 가능한 생활이라고 한다. 맞다. 그렇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렇게 게을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빈둥댄다. 퇴직하고 좋은 거. 마음이 편하다.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늦잠, 새벽까지 깨어있기, 요일에 상관없는 약속 잡기, 빈둥거리기... 그런 거. 퇴직하고 안 좋은 거. 그 외 모든 것인가. 불안하다. 통장 잔고가 점점 바닥을 보인다. 가끔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이 생긴다. 쉬워 보이는 일이라 금방 끝낼 것 같았는데 약속한 시간이 될 때까지 시작을 하지 못한다. 꼼꼼하게 체계적으로 일 하고 싶은 마음이 시작을 미루게 한다. 마지막에 독..
글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려고 하는 사람처럼 글쓰기만 하려고 하면 쓰지 못하는 핑계가 생긴다. 아침 글쓰기를 하려다가 유튜브에서 본 플랫브래드 생각이 났다. 일단 반죽이나 해놓고 글 쓰지 뭐, 해서 밀가루 반죽해서 플랫브래드를 만들었다. 반죽하다가 아참 세탁기 돌리고, 종합 비타민도 챙겨 먹고, 팬에 반죽을 올려 빵인지 전인지 헷갈리는 음식을 만들고, 내가 그런 글을 썼던가? 하는 생각에 글 목록을 찾아보고, 스라라차, 케첩, 마요네즈를 듬뿍 넣은 빵을 먹고, 설거지하고, 이제 글 써야지 하는데 졸려, 그래서 잠도 깰 겸 운동도 해야지 푸시업도 하고, 아 맞다 갑자기 생각나서 구매물품 배송 상태 체크하고, 유자차를 마시려고 물을 끓이고, 이메일을 확인하고, 유튜브에서 드라마 소식을 확인하고, 그..
따뜻한 물에 손을 씻으면 기분이 좋다.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손을 뽀송한 수건으로 닦으면 생활의 의욕이 생긴다. 설거지를 끝내고 정돈된 싱크대는 의욕이 솟아나는 장소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부담스럽지 않게, 늘 그렇게, 무심하게 느껴지는 편안함이 있다. 바쁜 일정을 보내다 보면 일상이 사라진다. 쫓기듯 허겁지겁 살고 있다.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느낌. 내가 내 삶을 살지 못하고 남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판단에 끌려다니는 날이 계속되다 보면 일상이 없어진다. 천천히 한 걸음씩, 내 속도대로 걷다 보면 서서히 일상이 회복된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타이밍에 맞추지 않고 내 호흡에 맞춰 내 방식으로 타이밍을 잡는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 내 몫이다. 설거지, 빨래, 청소, 그렇게 사..
퇴사. 회사를 그만두었다. 언젠가 운전하다가 길가에 버려진 찬장을 보았다. 싱크대 상부장 말고 그냥 옛날 부엌에 쓰던 찬장. 수확이 끝난 빈 밭에 버려진 찬장은 시골 한적한 마을에 뜬금없이 서 있는 아파트 같았다. 찬장 2층에는 토끼가 두어 마리 들어 있었는데, 찬장의 한쪽에는 그물망이 쳐져 있고 한쪽은 뚫려 있어서 토끼들이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였다. 누군가 가끔씩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지 찬장 안에 물그릇과 배춧잎이 있었다. 토끼들에겐 바깥세상보다 안전한 곳일까. 산짐승으로부터 보호가 되는 것일까. 토끼가 뛰어내릴 수도 있을 텐데, 산으로 가서 먹이를 구할 수도 있을 텐데, 하지만 한 번 뛰어나오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높이다. 토끼들은 부족한 먹이라도 안전하게 머무르는 것을 택한 것일까. 운전 중이라..
출장지에서 느긋한 술 한잔. 늦은 밤, 동네 술집에 간다. 맛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늘 지나다닐 것 같은 길에 있는 평범한 술집에 간다. 고만고만하고,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곳. 어제 마신 것과 같이, 내일도 마실 것 같은 술집에 간다. 특별해서 자꾸 가는 게 아니라, 자주 가다 보니 특별해지는 술집. 꼭 이 집이어야 하나? 그건 아니다. 그냥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가는 술집인데 가다 보니 늘 그 집이다. 매일 혹은 매일에 가까운 방문을 축적하는 집, 처음 가지만 처음 같지 않은 집. 어느 동네에 가더라고 있을법한 동네 호프집, 치킨집이다. 여기가 일본이었다 하더라고 어울릴 것 같고, 여기가 중국이라고 하더라고 어울릴 것 같고, 여기가 충북이라 하더라도, 경남이라고, 전남이라고, 강원도라고..
날이 따뜻해지다 못해 살짝 더워지기까지 했으니 옷을 하나 사야겠다. 해져서 구멍이 날 정도로 새 옷을 잘 사지 않는 편이긴 한데, 뭐 돈 좀 아껴보겠다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옷 사러 가는 것 자체에 부담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옷 사는 것을 썩 즐거워하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점원이 옆에서 이것저것 도와주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거울 속 내 모습에서 기성복이 맞지 않는 걸 확인하기도 싫고, 밝은 조명 아래에서 땀을 흘리는 것도 초라하게 느껴져서 싫다. 과한 존댓말은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나를 판단력 없는 꼬마를 대하는 느낌이어서 좀 불편하다. 어차피 고객의 의견이나 상태와 상관없이 무조건 어울린다고 말하는 점원의 말도 성가시다. 그냥 인터넷으로 사서 살짝 크거나 작더라도 대충 맞으면..
최근 사어먼 사이넥의 영상을 보았다. 유튜브에서 뭐 이것저것 보다가 연결됐을 거다. 모닝 루틴 관련이거나 책 읽어주는 유튜버들 영상이었겠지. 영상을 보면서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했지만, 어 이게 뭐야, 나도 이런 생각을 해봐야겠는 걸, 그런 생각이 남아서 하루 이틀 지나는 동안에 궁금증이 더 커졌다. 나의 Why는 무엇인가. 사이먼 사이넥,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https://youtu.be/XfsKZ3jm8b8 전에도 골든 서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술에 취해 기억을 못 하고 있었다. 골든 서클은 Why를 찾는 이야기에 포함되는 이야기다. 술자리에서도 Why에 대해 감동이 있었던 것 같은데, 유튜브에서 보고 다시 감동을 받고 생각으로 이어지기까지 몇 달이 걸렸다. 돌고 돌아 결국 이 질..
요즘 공유 오피스 광고가 많이 나타난다. 아마 전에 광고를 봤던 기록이 있어서 그렇겠지. 사무실, 나는 늘 나의 사무실을 꿈꾼다. 냉난방이 잘 되어 쾌적하고, 깨끗하고 조용한 화장실이 가까이 있고, 작은 냉장고에 마실 것이 들어 있고, 커피 믹스 정도는 먹을 수 있는 냉온수기가 있으면 좋겠다. 캡슐 커피도 있으면 더 좋은데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믹스커피가 좋다. 아메리카노 정도는 사 먹으러 나갔다 오는 수고를 할 수 있게 건물 1층에 커피점이 있으면 좋겠다. 일 하다가 한 숨 돌리기 위해 공원 풍경이 보이는 창문이 있으면 좋겠다. 회사 사무실은 그런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사람들이 함께 있기도 하고, 늘 보던 자리라 그런지 감흥이 덜하긴 해도 하나하나 따져보면 내가 원하는 조건을 다 갖추긴 했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