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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관찰
밤이 되자 슬슬 답답함이 올라온다. 밖으로 나가자고, 차에 안경을 두고 왔다고, 콜라를 마시면 시원할 거 같다고, 나갔다 오면 무기력이 사라질 거 같다고, 밖에만 나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이번에는 밖으로 나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낮에 입던 옷을 또 입을까? 아니, 그건 빨래 돌리고 있지, 잠깐 입을 옷을 꺼내 입기는 좀 아깝지 않나? 지금 집중이 되려고 하는 데 나갔다 오면 또 땀나고 씻고 그러면 흐름이 깨지지 않을까? 콜라는 몸에 안 좋을 텐데, 같은. 그냥 나가면 그만인데 이런저런 생각으로 또 시간이 갔다. 이런 생각하지 말고 나갔으면 2번은 갔다 왔을 시간이 흐르고서야 겨우 밖으로 나간다. 안경을 챙겨 올 것이다. 콜라든 아이..
한 시간 좀 넘게 걷고 왔다. 밤이 되자 드디어 내 시간이다 하는 시간이 왔고, 이때는 뭐든 하고 싶어 진다.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깝다.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또 멍한 시간을 보낼 것 같아서 나갔다. 걷는 시간은 좋다.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것도 같은데, 대체로 별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어디로 갈까?' 같은 생각을 하거나, 사람을 구경하는데 여유 있게 보는 것은 아니다. 눈이라도 마주쳐 문제가 생길까 봐 안보는 척 대충 보다 말다 한다. 그러니까 사람을 제대로 보는 것도 아니다. 무슨 생각을 계속하면서 걷는데 그게 뭐였는지 기억은 안 난다. 공원 산책은 풍경이 좋긴 한데 너무 쳇바퀴 도는 느낌이라 불편하고, 거리는 뭔가 바쁘게 목적지를 향해 가는 느낌이라 별로다. 일하러 나온 게 아니니..
나는 글 쓰는 시간을 좋아한다. 하지만 글 쓰는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있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글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이다. 글 쓰는 시간의 글쓰기가 손가락과 손목의 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계속 쓰지 못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글 쓰는 시간답게 글을 쓰는 시간이 좀 더 많기를 바란다. 생각을 글로 쓰고 속에 있는 말을 꺼내는 글쓰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작가가 서재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 만년필로 손글씨를 쓰는 모습도 좋겠고 노트북에 타이핑하는 모습이어도 좋다. 조금 피곤해 보이긴 하지만 글쓰기에 몰두해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잠깐 멈칫거리긴 하지만 계속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서 말을 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상상이지만 지켜보는 것도 방해가 되는 것..
글쓰기가 안될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글쓰기 시간에 방황하는 것은 ‘딱히 쓰고 싶은 건 없는데 쓰고 싶기는 한’ 마음 상태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하고 싶은 말들이 숨어 있기는 할 텐데 그런 말이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가끔 어떤 말들이 언뜻 생각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꼭 말로 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아직 어떤 쪽으로 결정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경우도 있다. 쓰면서 생각해도 될 텐데 섣불리 꺼내고 싶지 않은 기분인걸까, 에이~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신중했다고. 그러다가 다음 단계까지 망설이고 있으면 이걸 지금 할 필요가 있나? 너무 긴 이야기 아닌가, 너무 짜증 나는 이야기라 기분 나빠지는 거 아닌가, 이야기의 배경 설명하다가 시간 보내고 힘 빼는 거 아닌가, 짜증은 짜증대로 나서 할..
어제는 우울감이 컸다. 퇴근도 싫었고 집에 가기도 싫었다. 답답했다. 아무 말 없이 누워있고 싶었다. 무릎을 베고 좀 누워 있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쉬고 싶은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기대 쉬고 싶었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그냥 누워있어도 괜찮은 사람이면 좋겠고 예쁜 여자면 좋겠다 생각했다. 눈 감고 있으니 예쁘나 안 예쁘나 상관도 없을 텐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쓰담쓰담 토닥토닥 누워있는 동안 뭘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그렇게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것 같았다. 어둠이 내리고 밤이 깊어 오는데 쉴 곳을 찾지 못한 새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나기 처럼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고, 사막처럼 비를 피할 곳이 없는 곳에서 너무 지쳐 잠깐 내려앉은 새를 떠올렸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
오늘도 깜빡이는 커서를 쳐다본다. 길게 보지는 못하고 또 딴짓을 한다. 딴짓은 늘 있다. 언제나 ‘아직 하지 못한’ 것들이 있고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것들이 있다. 오늘은 꼭 글쓰기를 하자고 마음 먹는다. ‘글쓰기의 어려움’이 언제까지 내 글의 주제로 유지될 것인지, 지겹도록 반복되는 이야기에서 벗어나고 싶다. 왜 글을 쓸까. 그것도 모르겠다. 그냥 쓰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내재된 수다 본능일까, 대나무 숲에서 무엇이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익명은 싫은가? 내가 했다는 명성이 필요한가? 아아 그것도 모르겠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생각을 본다. 내 생각을 지켜보기가 힘들다. 생각을 하면 몸이 지친다. 안 좋은 것만 보여서 그런가. 오늘은 “다정함은 근력에서 나온다”라는 재영님..
이상한 일이지, 매일 글쓰기로 마음먹고 첫 글을 쓴 다음부터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이 시대의 젊은이가 바로 나라는 것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여튼 그랬다. 첫 월요일을 맞이하고, 미루고 또 미루던 책 쓰기를 시작했다. 강의했던 내용이고 기술적인 내용이라 불편하거나 어렵게 생각되지 않았다. 쉽게 집중에 빠졌지만, 집중이 어색했는지 자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창가로 갔다. 생각은 빠르고 손은 느렸다. 워드에 쳐 넣는 글자보다 쓰고 싶은 말은 한참 앞서 갔다. 이미지는 나중에 넣어야지 하면서 그림 편집을 미루면 건너뛴 부분에서 자꾸 생각이 멈췄다. 마련하지 못한 그림을 지금 그려야 하나? 그림은 나중에, 일단 내용부터 쓰자, 아니지 그러다 깜빡하면 어떻게 해? 생각날 거야,..
새해 연휴를 보내다 하루는 밖으로 나가야겠다 싶어 뒷산에 올랐다. 이사 온 집에서 첫 동네 산책이다. 누나에게 듣기로는, 뒷산을 넘어가면 율동 공원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기 위해 빌라 단지를 지나게 되어 있어서 빌라 주민들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가보려고 하지 않았던 길인데, 가끔 등산복을 입고 지팡이를 들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아서 길이 있기는 있나 보다 했다. 오늘 그 길을 산책 갔던 것이다. 이곳은 빌라 단지가 우후죽순으로 마구 지어져 길이 구불구불하고 좁다. 길인지 마당인지 어중간한 경계도 있고 도로 가운데 전봇대가 서 있기도 한다. 주차장과 도로의 경계가 불분명해 가끔 도로를 점거한 것처럼 보이도록 주차된 차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익숙한 풍경인듯 대체로 ..
올해 마지막 아침 글쓰기를 하게 돼서 다행이다. 잠에서 깨어날 때는 귀찮은 일거리 하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놓쳐버린 약속이 되기 때문에 안 하는 것보다 시작하는 편이 좋다.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다. 저녁에 약속이 있는데, 어제 오후부터 오늘 약속이 불편했다. 그냥 취소되면 좋겠다, 미뤄지면 좋겠다, 언젠가 다음으로, 그런 생각. 누군가를 만나기가 불편한 것은 아니다. 그냥 외출이 귀찮아서다. 외출 때문에 일상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뭔가를 한다는 자체가 귀찮다. 요즘은 귀찮지 않은 것이 없다. 다 귀찮다. 망가지기 전에는 모른다. 눈치를 채지만 게으른 정신이 판단을 방해한다. 지금 뭔가 움직여야 된다는 결정을 하면 진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안 움직이는 방향으로 판단을 하게 된다. ..
일찍 잠에서 깼다. 밤에 만든 반죽을 살펴보았다. 처음 시도하는 자연발효 반죽인데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건가. 오늘 아침에 오븐에 넣지는 못하겠다. 물을 끓이고 유자차를 만들어 책상에 앉았다. 자기 전에 읽던 책이 무슨 내용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한 문단 정도를 읽고 나서 아 그렇지 이런 이야기였지 하고 계속 읽는다. 아침에는 시간이 잘 간다. 다래끼 난 눈의 붓기가 좀 가라앉았다. 안약을 넣으면 시원하고 또 시큼하다. 시큼하다기보다, 뭔가 레몬 같은 신맛의 기분이 느껴진다. 시원한 것과도 다른 느낌. 두 눈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시원하고 탁 트인 느낌인지 한쪽 눈을 가리고서야 안다. 아침이면 특히 침침한 눈에 돋보기안경을 쓰고 나면 선명해 보인다. 당연한 것들이 점점 당연하지 ..
아침 글쓰기 방에 시작을 써놓고 30분을 더 누워 일어나지 않았다. 잠깐이라 생각했는데 30분이 훌쩍 지났다. 눈 깜빡이는 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30분이 지났다. 일어날 수 있었는데 5분만 더 있다 가야지 생각하다 잤으니 못 일어난 게 아니라 안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낸 30분, 하루, 시작하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아.. 아니다. 하루의 시작을 또 나를 혼내는 생각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또 오늘도 그랬구나. 최근에 ‘1호가 되긴 싫어’ 프로그램의 한 부분을 보았다. 개그맨 부부가 모처럼 데이트를 하러 외출했는데 맛집의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결국 다른 데로 간다는 부분이었는데 앞뒤 상황은 못 보고 5분~10분 정도 분량을 보게 됐다. 다른 집으로 옮겨 가서도 남자는 계..
날이 많이 춥다.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눈이 내려서 그런지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리면 그때 생각이 난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부산에선 눈 내리는 것이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겨울의 상징적인 풍경 같은 것이었다.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본 사람은 거의 없는 어떤 상상의 동물 같은 느낌. 소년중앙이나 새소년 같은 어린이 잡지 만화에서 눈 내리는 풍경과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을 보았지 실제로 눈 쌓인 풍경을 본 적은 많지 않다. 서울의 눈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첫 겨울 한 계절을 다 보내고 나서야 눈 내리는 풍경이 일상적인 겨울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해 겨울에 목도리도 처음 해보았다. 부산에선 목도리도 필요하지 않았는데, 서울은 공기 자체가 차가웠다. 부산은 바람이 춥고 서울은 차가운 공기가 도시 전..
요사이 며칠은 아침에 잘 깬다. 푹 자고 일어난다. 서너 시간,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깊게 잠들었다가 깨어난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난 이후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시간이 길다. ‘아이구 너무 일찍 깼네’ 하다가 일어나야지 했던 시간보다 더 오래 누워있다. 잡념의 시간. 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의지와 상관없는 생각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깨어서 꾸는 꿈같다. 다시 잠이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돈 걱정을 하거나 일 걱정을 하고, 야하거나 공포스런 상황에 놓여 허우적댄다. 도망 다니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격렬하게 싸우기도 한다. 불쾌한 기분이 되거나 흐리멍덩한 상태가 되어 일어난다. 잠을 잘 잤는데 이상하다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이 불쾌한 상태를 이겨내는 것은 잠에서 ..
자리에 앉긴 했지만 글쓰기 시작이 안된다. 화면 너머에 있는 온갖 글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글쓰기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글쓰기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의지와 본능의 싸움인가. 글쓰기를 어렵고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본능적으로 일단 피하고 미루는 마음이 생기는 건가. 글쓰기는 불편한 일이 아니야, 걱정이 많아서 고민하는 게 아니야 라고 글쓰기를 피하는 마음에게 알려 주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 이미 겁을 먹고 꽁꽁 숨어버린 마음이다. 도와주겠다고 다가가는 소방대원을 피하는 동물처럼 글쓰기가 숨었다. 겁먹지 않게 조금 떨어져 앉아 기다린다.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위험을 느끼지 않을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하고,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딴 곳을 바라보고 기다린다. 강아지..
오늘도 시작이 어렵다. 그래도 자리에 앉는 것, 뭐라도 쓰겠다고 자판에 손을 올리는 정도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만큼은 한다. 아침 글쓰기 앱으로 ‘베어’를 쓰고 있다. 무겁지 않아서 좋다. 전체 화면으로 글쓰기 창을 띄워 놓았다. 커서가 깜빡인다. 시간이 흐르는데 생각이 보이지 않는다. 알람보다 10분 정도 일찍 일어나서 여유 있다 싶었는데 잠깐 뒤척이는 사이에 20분이 지났다. 6시 10분이 되어서 아이구 이러다 늦겠다 싶어서 일어난다. 화장실 갔다가 간단하게 씻고 물을 끓인다. 어젯밤에 만들어 냉장해 두었던 반죽을 실온에 적응하도록 꺼내 둔다. 유자청을 머그 컵에 담고 레몬청도 추가해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이제 준비는 다했다. 아차 음악도 틀어 놓을까. Olga Scheps의 피아노 연주를 틀..
“가치관은 약이나 치료방법이라기보다 규칙적인 식단에 가깝다. 저녁을 먹었다고 해서 다시 배고픔을 느끼는 걸 막을 수 없듯이… 어떤 상황에서 한 번 가치관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영구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 작은 것의 힘” “내가 어쩔 수 있는 건 어떤 일에 투입하는 시간뿐이다. 내가 언제 잠이 들고 말고는 내 소관이 아니다. 내가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책에 쓸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고 말고는 내 소관이 아니다. 나는 안 되는 걸 억지로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다만 잠을 자기로 한 시간에 침대에 눕고 책을 쓰기로 한 시간에 책상에 앉을 뿐이다. - 초집중”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마침 둘 다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연이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을 읽게 되니 나에..
어딘가에서 탈출을 했다. 꿈에서는 비교적 구체적인 탈출 상황이 그려졌지만 깨어난 상태에서 생각해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하여튼 탈출을 했고, 어느 이상한 마을 정류장 대합실 같은 곳에서 나왔다. 밤이어서 내 얼굴을 잘 보이지 않은 채로 밖으로 나왔다. 바닷가 마을 같은 느낌이었지만 바다가 보이지는 않았다. 동네 작은 슈퍼 보다도 작은 로또 판매점 같은 정류장 매점이었다. 버스표도 팔고 간식도 파는 곳. 밖은 깜깜했다. 가끔 한두 대 차가 지나가는 것을 빼고 나면 매점 불빛이 전부인 곳이다. 도로의 가로등이 들어오지 않아 깜깜했다. 큰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어둠에 익숙해지자 달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시골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서해안의 작고 덜 유명한 관광지 같은 느낌이다. 나는 왜 도망..
어제 라디오를 듣다가, 어느 프로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집중을 한다는 건 현재를 사는 것이다. 과거의 일을 후회하지 않고, 미래의 일을 걱정하지 않는 상태'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집중에 대한 좋은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하거나 아직 생기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이 생각의 대부분이니까 그런 부분을 덜어내면 집중하는 것이 맞겠다. 현재를 사는 것,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짧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전문가’의 정의를 그렇게 말했다. 출처는 기억나지 않는다. 집중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문가에 대한 정의를 떠올렸다. 짧게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많이 생각하고 다른 것과의 차이를 알기 때문에 가능하다. 듣고 나면 아 그렇지 하게..
어제 재택근무였는데 퇴근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퇴근 시간인 6시에 맞춰둔 알람을 듣고도 조금 있다가 해야지 하다가 새벽에서야 아차 퇴근을 안 찍었구나 하고 놀라서 깼다. 2개 남은 연가를 재택근무한 날에 쓰게 됐다. 연가를 날려버린 것도 속상하고, 출퇴근 기록 같은 사소한 것들을 놓쳐버린 바보 같은 ‘관리 소홀’도 속상하다. 하여튼 그리하여 일찍 깼다. 늦게 잤는데 일찍 깼다. 그래도 4시간 정도는 잔 것 같다. 깊이 잘 잤는지 개운하다. 아침 글쓰기 전에 노트에 글쓰기를 했다. 별로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내심 서운했었는지 서운한 마음을 글로 쏟아냈다. 쓰면서 알았지 그렇게 서운했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 까진 아닌 것 같은데 쓰는 글로는 많이 서운한 느낌이 났다..
힘든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체증이다. 어제는 무척 심심한 하루를 보냈다. 급한 일이 끝나고 미뤄 두었던 일을 해야 할 시기였는데 거짓말처럼 미뤄둔 일이 보이지 않았다. 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빈둥빈둥, 뒤적뒤적, 이것 조금 저것 조금,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됐고 또 퇴근 시간이 됐다. 집에 가서 프레첼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은 했다. 정시에 퇴근하면 집으로 가는 길이 엄청 막힌다. 배가 고프다.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산다. 계산대 옆에 있는 핫도그도 산다. 길 막히면 졸리니까 과자도 하나 산다. 하루 종일 뭘 먹지 않고 잘 보냈는데 퇴근길 편의점에서 식욕이 폭발했다. 식기 전에 먹어야지 핫도그, 배고프니까 샌드위치, 길 막히니까 과자 한 봉지. 그랬다. 운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