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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관찰
말 걸기 편한 인상인지, 어디에 가나 대체로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나도 초행길이라 헤매고 있는데 길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나도 처음 하는 일이라 어떻게 하는지 찾고 있는 데 사용법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어느 공간에 있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뭔가가 있나 보다. 뭔가... 사용자처럼 보이지는 않나 보지. 친절해 보이거나 만만해 보이거나 그러겠지. 동네 치킨집에서 포장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생맥주 한잔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새로 온 사람이 여긴 뭐가 맛있냐고 묻는다. 어, 후라이드 밖에 안 먹어 봤지만, 가게에서 먹는다면... 하고 생각했던 골뱅이 후라이드 세트를 추천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장님한테 물어본 것을 가운데서 내가 대답한 것일 수도 있겠다. 키오스크 어떻게 쓰는지 ..
집을 같이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월세를 아끼기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았다. 하긴 어렸을 때는 단칸방에 다섯 식구가 살았으니 평생을 나 이외의 사람과 한 방을 쓰면서 살아온 셈이다. 아마도... 혼자 월세를 낼 수 있는 30대가 되기 전까진 그랬다. 나름 일찍 상경한 편에 속해서 내가 사는 집에 후배들이 밑도 끝도 없이 찾아와서 며칠씩 있다 갔다. 서울 상경의 베이스캠프 같은. 서울의 맛보기 집이랄까. 나름 기댈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후배들에게 나는 집을 구하는 한 달, 진짜 길게 봐서 한 달이다, 그전에 방을 구해라고 말했다. 싱글 침대 하나 놓을 공간도 없는 단칸방에 책도 많고 악기도 있는 작은 방에 사내 둘이서 지내는 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사..
캠핑을 다녀왔다. 낮에 한가할 때 글 써서 올려야지, 매일 글쓰기니까, 그런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그건 처 맞기 전까지의 그럴듯한 계회이었던 셈이다. 추웠다. 양평 산골짜기에 있는 캠핑장은 추웠다. 해가 들고 볕이 드는 낮에는 이대로 계속 있어도 좋겠다 싶을 만큼 상쾌했지만 어 해가 지는 건가? 싶은 때부터 추위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오토캠핑이라 난로가 있었다. 장작을 사용하는 화목난로도 있고, 기름을 사용하는 난로도 있었다. 장비병에 걸렸다 할 만큼 장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니 중복되어 꺼내지 않는 짐도 많았다. 연애를 시작한 커플이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하느라 부른 캠핑. 좋은 이야기, 좋은 사람, 희망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이야깃거리는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툭툭 끊겼다. 칭..
들개에게 쫓겨 절벽에 내려서있는 산양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의 한 부분이었을 텐데, 짧게 본 것이지만 인상 깊었다. 최근에 다시 영상을 찾아보면서 가슴이 뛰었다. 뭔가... 말로 표현되지 못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그중 가장 강렬했던 것은 게으름에 관한 것이다. 저 산양만큼 더 이상 피할 데가 없을 때까지, 일을 미루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뭐 대단한 일을 하느라 미루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 보면 딴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 산양들이 게을러서 저 상황에 놓인 건 아니겠지만, 저 절박한 상황이 그렇게 보였던 거다. 아마 마감 때 느끼는 부담감을 저렇게 느끼는 거겠지. 부담을 느끼면서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거 보면 참 대단한 미루기다. 미..
손잡고 걷다가 깍지 낀 손가락이 뻣뻣하게 굳은 듯 펴져 있을 때 마음이 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는 듯 무표정한 얼굴이 되어 있을 때 맥락 없이 마무리한다. 아무 말 없이 시큰둥하게 창 밖을 보다가 그만 갈까? 하는 말에 표정이 밝아질 때 떠날 시간이 되었음을 느낀다. 핑계를 찾지 못해 함께하는 드라이브, 더 이상 미루지 못해 함께하는 데이트. 점점 마주치지 않는 시선, 휴대폰 문자에 머무는 반가운 시선, 의자에 깊숙이 기대 점점 피곤해하는 표정, 형식적인 대응을 느낄 수 있는 키스. 하면 뭐 하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이것도 재미없고 저것도 식상하고 세상만사가 다 시큰둥해 보이고 몸이 안 좋다면서 다른 사람 통화는 활기차고 밝은 사람이 되는 거..
주위를 잘 살피는 편이다.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보게 된다. 셜록 홈스처럼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결론을 유추하진 못하지만 그런 과정은 좋아한다. 운전 중에도 다른 차선의 차들을 살핀다. 다른 차선에서 펼쳐지는 차선 변경, 특히 깜빡이 없는 차선 변경, 브레이크 등, 과속, 경쟁관계 차들의 간격... 그런 것들 때문에 생기는 오기, 고집, 화남, 복수, 욕심 그런 감정을 읽는다. 그래서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예측하고 규칙성을 찾는다. 내 예상이 맞는지 확인하고 검증하진 못하지만 그렇겠구나 정도 생각한다. 재미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피곤하다고 안 하는 경우는 없다. 나의 안전을 위해서 하게 되는 어쩌면 생존본능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초식동물의 긴장감 같은. 초식동물은 눈이 옆에 달렸다..
나는 좀 만만한 사람이다. 스스로 호구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니 좀 많이 그런 편이다. 친절한 사람? 상냥한 사람이라고 포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좀 많이 만만하긴 하다. 운동이 필요해서 PT 상담하러 갔다가 비싼 등록을 했다. 어차피 운동할 거, 그래 뭐, 하지 뭐. 운동을 시작한 이후에도 트레이너가 자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야금야금 던지는 떡밥을 다 받았다. 그럴 수 있겠네, 필요하겠네, 하지 뭐. 어차피 혼자서는 잘하지도 않는데, 돈 아까워서라도 하겠지 하고 넙죽넙죽 시키는 대로 추천하는 대로 받았다. 이건 좀 과하지 않나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뭐 미안해서라도 잘해주겠지. 트레이너의 실적 욕심도 작용했겠지만, 결국은 운동하는 거니까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받아들였다. 은행 대출 서..
동네 골목에 있는 스시집에 갔다. 골목 시장에서 한 블록 떨어져 있고, 전철역에서 주택가로 가는 이면도로에 있는 작은 가게. 오며 가며 언제 한 번 가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집이다. 저녁 시간이기도 했고, 나는 술을 한잔하고 싶었다. 모둠 초밥 같은, 보통 10 피스 정도 나오는 초밥에 생맥주나 사케 한 도쿠리 정도면 적당하겠다. 시간은 8시, 식사 손님들은 다 빠져나갔는지 가게는 비어있었다. 가게 문 닫으려고 정리하는 건 아니겠지? 조금 있으니 주방에서 사장님이 나타났다. 먹을 수 있나요? 그럼요, 편한 데 앉으세요. 테이블은 3개, 그중 1개는 1인 테이블을 2개 붙여 놓아서 손님이 많을 때는 4개로 바뀔 수 있다. 주방 가까운 쪽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살핀다. '1인 혼술 사시미 세트'와 '1인 혼술 ..
뭐 믿는 구석이 있겠지. 그래, 아무 대책도 없이 무작정 나올 순 없지. 새해를 맞이하면서 또 설날 기간을 지나면서 안부 인사를 나누다 대체로 비슷하게 마무리된다. 그렇게 생각을 해야 편하겠구나 싶어서 뭔가 그럴듯한 대답을 준비하기는 했다. 오라는 데가 있다, 여기보다 연봉이 좋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라는 부분에서 철없이 들릴 수도 있어서 뭔가 포장이 필요했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걱정은 할 것이고 내가 어떤 결정을 해도 불안정하다 생각할 것이었다. 나 또한 그 걱정들 때문에 마음이 바뀔 것도 아니어서 이건 그냥 부조금을 주고받는 듯한 기분으로 인사를 나눈다.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계획이 허술했다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직은 아니라고. 알리가 한 말이었나..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그래, 이런 시각도 좋은 것 같다.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뭔가를 만들고 있을 때, 공연을 만들고 하고 있을 때, 글쓰기를 할 때, 음식을 만들 때, 이런 거다. 그러니까 뭔가를 만들고 그것이 제대로 동작하는 것을 바라볼 때 행복감을 느낀다. 계획할 때의 기대감도 좋고, 만들 때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는 시간도 좋다. 결과가 만들어지는 도중에 느끼는 제어감, 내가 전체 과정을 이해하고 있고 제어하고 있다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내가 만들었다고 느끼는 결과에 대한 만족감도 좋아한다. 대단한 결과물이 아니어도, 인류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만들기, 만드는 과정 전체가 기쁨을 준다. 마감에 쫓기는 것,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데 원인을 찾지 못하..
퇴직하고 7개월이 지났다. 이것저것 하느라 바쁘게 지낸 6개월을 보내고, 최근 1달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마눌도 없고 애도 없으니 가능한 생활이라고 한다. 맞다. 그렇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렇게 게을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빈둥댄다. 퇴직하고 좋은 거. 마음이 편하다.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늦잠, 새벽까지 깨어있기, 요일에 상관없는 약속 잡기, 빈둥거리기... 그런 거. 퇴직하고 안 좋은 거. 그 외 모든 것인가. 불안하다. 통장 잔고가 점점 바닥을 보인다. 가끔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이 생긴다. 쉬워 보이는 일이라 금방 끝낼 것 같았는데 약속한 시간이 될 때까지 시작을 하지 못한다. 꼼꼼하게 체계적으로 일 하고 싶은 마음이 시작을 미루게 한다. 마지막에 독..
글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려고 하는 사람처럼 글쓰기만 하려고 하면 쓰지 못하는 핑계가 생긴다. 아침 글쓰기를 하려다가 유튜브에서 본 플랫브래드 생각이 났다. 일단 반죽이나 해놓고 글 쓰지 뭐, 해서 밀가루 반죽해서 플랫브래드를 만들었다. 반죽하다가 아참 세탁기 돌리고, 종합 비타민도 챙겨 먹고, 팬에 반죽을 올려 빵인지 전인지 헷갈리는 음식을 만들고, 내가 그런 글을 썼던가? 하는 생각에 글 목록을 찾아보고, 스라라차, 케첩, 마요네즈를 듬뿍 넣은 빵을 먹고, 설거지하고, 이제 글 써야지 하는데 졸려, 그래서 잠도 깰 겸 운동도 해야지 푸시업도 하고, 아 맞다 갑자기 생각나서 구매물품 배송 상태 체크하고, 유자차를 마시려고 물을 끓이고, 이메일을 확인하고, 유튜브에서 드라마 소식을 확인하고, 그..
퇴사. 회사를 그만두었다. 언젠가 운전하다가 길가에 버려진 찬장을 보았다. 싱크대 상부장 말고 그냥 옛날 부엌에 쓰던 찬장. 수확이 끝난 빈 밭에 버려진 찬장은 시골 한적한 마을에 뜬금없이 서 있는 아파트 같았다. 찬장 2층에는 토끼가 두어 마리 들어 있었는데, 찬장의 한쪽에는 그물망이 쳐져 있고 한쪽은 뚫려 있어서 토끼들이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였다. 누군가 가끔씩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지 찬장 안에 물그릇과 배춧잎이 있었다. 토끼들에겐 바깥세상보다 안전한 곳일까. 산짐승으로부터 보호가 되는 것일까. 토끼가 뛰어내릴 수도 있을 텐데, 산으로 가서 먹이를 구할 수도 있을 텐데, 하지만 한 번 뛰어나오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높이다. 토끼들은 부족한 먹이라도 안전하게 머무르는 것을 택한 것일까. 운전 중이라..
최근 사어먼 사이넥의 영상을 보았다. 유튜브에서 뭐 이것저것 보다가 연결됐을 거다. 모닝 루틴 관련이거나 책 읽어주는 유튜버들 영상이었겠지. 영상을 보면서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했지만, 어 이게 뭐야, 나도 이런 생각을 해봐야겠는 걸, 그런 생각이 남아서 하루 이틀 지나는 동안에 궁금증이 더 커졌다. 나의 Why는 무엇인가. 사이먼 사이넥,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https://youtu.be/XfsKZ3jm8b8 전에도 골든 서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술에 취해 기억을 못 하고 있었다. 골든 서클은 Why를 찾는 이야기에 포함되는 이야기다. 술자리에서도 Why에 대해 감동이 있었던 것 같은데, 유튜브에서 보고 다시 감동을 받고 생각으로 이어지기까지 몇 달이 걸렸다. 돌고 돌아 결국 이 질..
요즘 공유 오피스 광고가 많이 나타난다. 아마 전에 광고를 봤던 기록이 있어서 그렇겠지. 사무실, 나는 늘 나의 사무실을 꿈꾼다. 냉난방이 잘 되어 쾌적하고, 깨끗하고 조용한 화장실이 가까이 있고, 작은 냉장고에 마실 것이 들어 있고, 커피 믹스 정도는 먹을 수 있는 냉온수기가 있으면 좋겠다. 캡슐 커피도 있으면 더 좋은데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믹스커피가 좋다. 아메리카노 정도는 사 먹으러 나갔다 오는 수고를 할 수 있게 건물 1층에 커피점이 있으면 좋겠다. 일 하다가 한 숨 돌리기 위해 공원 풍경이 보이는 창문이 있으면 좋겠다. 회사 사무실은 그런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사람들이 함께 있기도 하고, 늘 보던 자리라 그런지 감흥이 덜하긴 해도 하나하나 따져보면 내가 원하는 조건을 다 갖추긴 했다. 지..
글은 왜 쓰고 싶어 하나? 어느 날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힘들다기보다 뭐랄까, 잘 안 돼서 기분이 안 좋았달까, 뭔가 그 기분은, 힘든 것도 아니고 괴로운 것도 아니고 뭔가 불편한 느낌인데 보통의 상태보다 좀 더 기분 나쁜 것에 가까운 그런 기분이 들었다. 괴롭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힘들다고 말할 정도도 아니고, 그냥 좀 많이 불편한 기분. 몸이 불편한 건 아니니 딱히 어디가 불편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그런 기분이다. 글이 안 써진다는 글만 몇 년째 쓰고 있는 것 같다. 글이 안 써진다는 글만 쓰는 사람이다. 브런치에 글이 안 써지는 이야기로 신청하면 통과될까. 글이 안 써진다는 얘기는 많이 써놨으니 바로 신청해도 되겠다. 왜 글을 쓰고 싶지? 안 써진다고 하면서 왜 자꾸 쓰려고 하지? ..
새해 새로 시작하는 글쓰기 새해 글쓰기. 새해 다이어트, 운동, 금연, 금주... 뭐 그런 종류의 새로 시작하는 글쓰기. 오늘은 월요일이니 시작하기도 좋은 날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작이 어렵다. 시작 못하는 병이 어딘가 명명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마감을 넘기고서야, 아 마감이 지나버렸네 하고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안 되겠네 그런 생각을 하는 고약한 버릇에 관한 무슨 증후군도 명명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이렇게 괴롭고 잘 낫지 않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겠지. 나만 이렇지는 않겠지.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을 거다. 마감을 넘겼다 치고, 잘 쓰는 건 어차피 안되니 일단 쓰기라도 하라고 말을 하지만 벌써 눈치챘다. 안 쓰는 쪽으로, 마감을 넘기는 쪽으로, 오늘은 망했다고, ..
오늘 아침은 양배추 계란밥을 해 먹었다. 소화가 잘되는 재료들이라 속이 더부룩하지도 않고 만들기도 쉽다. 양배추를 씻어서 길쭉하게 채 썰고, 그릇에 담아 랩 씌워 구멍을 좀 내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쪄낸다. 아삭한 느낌이 사라질 정도, 말랑말랑해진 양배추를 꺼내 물기를 짜내고 반찬통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며칠 동안 두고 먹을 수 있다. 밥에 양배추 찐 것을 풍성하게 올린다. 그 위에 계란을 깨서 올린다. 전자레인지에서 2분, 계란을 반숙 정도로 익힌다. 꺼내서 참기름 두르고 소금 살짝, 파슬리도 눈에 보이니 흩뿌려 넣고 슥슥 비벼 먹는다. 만들기도 먹기도 치우기도 편하다. 천천히 씹어서 여유 있게 먹자고 생각하지만 금방 다 먹는다. 회사 근처에 작은 오피스텔을 구했다. 여기선 음식을 만들지 않겠다고 생..
아침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깬 이후에 침대에 누운 채 일어나지 않고 밍기적거리다 꾸는 꿈, 개꿈이다. 하지만 아침 꿈은 흥미로운 면이 많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거나 평소와 다른 관점으로 사건을 보게 만든다. 오늘 아침에는 똥을 싸는 꿈이었다. 뭐 용변을 본다거나 하는 말일 수도 있겠는데 똥이 똥이지 뭐, 다른 말 쓴다고 냄새가 안 나나. 그런데 다행히도 똥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모든 아침 꿈이 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전혀 논리적이지가 않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그게 또 영감을 준다. 나는 앞이 탁 트인 넓은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꽤 넓은 방이었는데 강당 같은 느낌도 났다. 학교 운동장 객석 같은 높은 계단이 한쪽 벽에 있었고 나는 거기 여러 층계 중 한 곳에 있었다. 운동..
만년필로 글씨를 쓴다. 한동안 노트에 쓴 손글씨가 답답해 쓰지 않았는데 최근에 한 유투버가 자기만의 글씨를 쓴다, 자신만의 개성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만년필을 써 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래 만년필이 있었지 하고 다시 만년필을 꺼내 들었다.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고. :: 이연 / 느낌이 있는 사람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 만년필을 쓰세요 https://youtu.be/dylQETTXV1w 모처럼 초등학교 강당에 공연 나갔다. 무용단 사물 단원들의 타악기 연주와 판소리, 농악, 사자춤이 있는 찾아가는 공연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공연을 보았다. 집중하는 아이, 산만한 아이, 관심 없는 아이, 다양하다. 한 반 학생 수가 무척 적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공연 하루 전..